[패션과 환경]나와 오리 사이, 패딩(padding)

관리자
2021-12-23


찬바람이 분다. 시베리아 기단의 활약으로 패딩이 빛을 발하는 시기가 오고 있다. 옷장 속 패딩을 꺼내 본다. 겉감 폴리에스터 충전재 솜털 80%, 깃털 20%. 깃털 하나가 뾰족이 고개를 내밀고 있다. 패딩과 나 사이에 있는 깃털. 이 깃털은 어디에서 왔을까?


패딩, 어떻게 만들어지나

‘패딩(padding)’은 충전재라는 뜻으로 우리나라에서만 쓰는 콩글리시다. 보통은 새의 솜털을 뜻하는 ‘down’을 써서 다운재킷(down jaket), 패디드 재킷(padded jacket)이라고 한다. 충전재는 깃털과 솜털로 나뉘는데 공기를 많이 머금는 솜털의 비율이 높을수록 가볍고 보온력이 올라간다. 하지만 솜털이 패딩 안에서 뭉치지 않게 공간을 만들어주는 깃털이 없으면 공기층을 형성할 수 없기에 보통 솜털 80, 깃털 20의 비율을 유지한다. 추운 곳에서 자라는 오리의 깃털이 건조하고 가볍기에 더운 지방에서 생산된 깃털보다 고가의 제품으로 취급된다. 같은 이유로 주로 추운 곳에 서식하는 거위의 특성상 깃털에 잔털이 많고 불규칙한 형태라 더 많은 공기층을 지녀 따뜻하고 가볍다.


                                        솜털과 깃털               사진 출처 : 중앙일보, 소프라움



 국내에서는 대략 연평균 4,500~5,000t의 오리털과 거위털을 소비하며 수입 물량의 8~90%는 중국에서 생산된다. 깃털 채취만을 위해서 사육되는 오리는 없고 식용으로 길러지는 오리에서 깃털도 채취한다. 보온력을 결정하는 솜털은 주로 새의 가슴 부분에서 채취된다. 오리와 거위 한 마리에서 나오는 털은 60g 정도로 점퍼 한 벌을 만들기 위해서는 15~25마리의 오리와 거위가 필요하며 롱 패딩의 경우 더 많은 깃털이 필요하다. 동물보호단체 PETA에 따르면 오리들은 생후 10주부터 식용으로 도살되기 전까지 6주 간격으로 최대 15회 정도 목이나 날개 아랫부분의 부드러운 솜털을 산 채로 뽑는 라이브 플러킹(Live Plucking)을 당한다. 오리와 거위는 극심한 고통을 느낄 수밖에 없다.


                                    라이브 플러킹을 당하고 있는 거위               사진출처 : PETA



아웃 도어 업체들은 이러한 비윤리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2014년부터 ‘라이브 플러킹(Live Plucking)’을 하지 않는 책임다운인증제(RDS·Responsible Down Standard)를 만들었다. RSD 인증을 받은 제품들은 '윤리적 패딩'이라고 불리며 더 고가에 판매된다. 하지만 소비자는 나라 밖에서 인증제가 잘 지켜지는지 확인하기 어렵다. 실제로 2016년 RDS 인증을 받은 중국 공장에서 라이브 플러킹이 이뤄지는 영상을 PETA가 공개하기도 했다.

책임다운인증제 마크


웰론이나 신슐레이트같은 인공 충전재를 사용하여 만든 패딩도 '비건패딩'이라 불리며 인기다. 그러나 충전재가 합성화합물인 만큼 세탁 시 미세 플라스틱이 배출되고 자연으로 돌아가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기에 친환경과는 거리가 멀다. 


이미 있는 깃털을 재활용하는 법은 없을까?


프랑스와 헝가리에 본사를 둔 리:다운(Re:Down) 사는 기존 의류·침낭·침구류 등에서 얻은 다운과 깃털을 뜨거운 물을 이용해 고온으로 살균·세탁한 뒤 재가공한 제품을 판매한다. 파타고니아에서도 Recycled Down 제품을 판매하고 있지만 시장에서의 점유율은 미미하다. 2018년 버려진 패딩을 모아 세척 분류해 다시 새 패딩으로 제작하는 펀딩이 진행되었으나 성공적 펀딩에도 불구하고 제작 과정상의 이유로 리워드 직전 불발되었다. 진행과정을 보면 불순물로 인한 오염으로 분류 과정이 매우 어려워 보였다.  

입던 패딩에 깃털을 충전하거나 빠져나온 깃털을 정리하여 새것처럼 수리해 주는 수리점도 있고 입던 패딩의 깃털로 이불이나 베개 등을 만드는 창의적인 사람들도 있으나 개인의 노력으로 날리는 깃털을 감당하기는 역부족이다.

패딩 한 벌에서 나온 깃털의 양     사진출처 : 머니투데이 남형도 기자 [체헐리즘]


패딩용 솜털의 가격은 계절에 따라 1kg당 3~6만 원, 내년에는 중국발 수급 불안과 날씨에 따른 수요 증가로 충전재 가격이 올라 패딩 대란이 올 것이라고도 한다. (2021년 11월 다운 시세는 그레이 80/20(깃털 80%, 솜털 20%) 1㎏ 기준 오리털이 45달러(약 5만 3,122원), 거위털이 68달러(약 8만 274원)이다.) 


인터넷 쇼핑몰에 오리털 패딩을 검색해 본다. <슬림핏 덕다운> 겉감-폴리에스터, 충전재-솜털 80%, 깃털 20%, 색상 레드, 블랙 택일 무료배송, 배송 소요 시간 2일, 가격 32,100원.

가격이 그 물건의 가치를 모두 말해 주지 않는다. 무료배송 32,100원, 패딩 한 벌에 담긴 것들이 너무 많고 무겁다. 

당신 옷장의 무게는 얼마인가?




용어 정리

덕다운 : 오리 가슴솜털 패딩

구스 다운 : 거위 가슴솜털 패딩

와일드 구스다운 : 회색 야생 거위털이 든 패딩

우모량 : 실제 사용된 다운의 양. 300g 정도면 혹한의 추위를 견딜 수 있으며 보통, 220~250g이 적당

필파워 : 가슴 솜털 28g을 24시간 압축한 후 부풀어오르는 복원력 650~700정도면 적당

비건 패딩 : 웰론이나 신슐레이트같은 인공 충전재를 사용하여 만든 패딩

라이브 플러킹 ; 살아있는 오리와 거위에게서 털을 채취하는 행위

RDS : 책임다운인증제(RDS·Responsible Down Standard) 라이브 플러킹 하지 않고 만든 패딩제품임을 인증하는 마크







참고 자료

[ESC] 생살 안 뜯는 '윤리적 패딩'..올겨울 '비건 패딩' 어때요? 한겨레 임건(<에스콰이어> 디지털 디렉터) 2020. 11. 20. 

패딩만을 위한 오리·거위는 없다..식용이 먼저, 깃털은 나중에 한국경제 김기만 2019. 01. 21

패딩 사기 전에 알아야 할 7가지 상식 대학내일 로즈뷰티 2016.11.26.

'오리털 패딩'을 분해해 봤다[남기자의 체헐리즘] 머니투데이 남형도 2020. 12. 05.

[두유노우] 겨울 '필수템'.. 패딩의 보온 원리는? 파이낸셜 뉴스 이혜진 2020. 12. 17.

[사소하지만 궁금한 스타일 지식] 솜털 100% 패딩이 최고? 이도은 2017. 11. 22. 00:02

착한 패딩은 없다 오마이 뉴스 이현우 20.12.14

"그 롱패딩, RDS 패딩인가요?" 윤리적 다운 사용, 3년 새 3배 증가 조선비즈 김은영 2019.11.28.

요소수 이어 오리털도 '중국발 수급 불안'.. 내년 패딩 가격 오르나 한국일보 조소진 2021.11.11.

[기고/허성환]착한 소비가 동물을 구한다 동아일보 2019.3.6.

[사소하지만 궁금한 스타일 지식] 솜털 100% 패딩이 최고? 중앙일보 이도은 2017. 11. 22.

The Down Feather Industry www.peta.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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