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가능 패션]의류 쓰레기는 누구의 책임일까? H&M 헌 옷 수거함 이용 후기

관리자
2021-11-07


옷장을 정리할 때마다 안 입는 옷이 나온다. 입을 만큼 입어서 수명을 다한 옷보다는, 사이즈나 취향이 맞지 않는 등 잘못 샀던 옷, 유행이 지났거나 보풀, 늘어남 등 상태가 변해 못 입는 옷, 어울리지 않거나 그냥 마음에 들지 않는 옷, 옷, 옷들이 더 많다. 이렇게 나온 옷들을 집 앞 헌 옷 수거함에 넣고 옷장을 청소했다고 후련해 할지도 모른다. '헌 옷 수거함에 넣었으니 필요한 누군가에게 닿을 것이고, 그러지 못한 옷들은 다른 자원으로 재활용되겠지?' 그러나 이보다 더 순진한 생각은 없다.


세계 5위 헌 옷 수출국, 대한민국


우리는 대부분 좋은 마음으로 수거함에 옷을 넣는다. 따로 관리되어 어딘가 좋은 곳에 활용되리라 막연히 생각한다. 하지만 예상과 달리, 수거함에 넣은 옷들이 국내에서 재활용되는 경우는 5%에 지나지 않는다. 나머지 95% 옷들은 해외로 수출된다. 어디로? 인도, 캄보디아, 필리핀, 아프리카의 가나 등 제3국으로. 말이 좋아 수출이지 부유한 나라들이 버린 옷 쓰레기를 가난한 나라들이 처리하는 꼴이다. 아니, 부자 나라가 만든 쓰레기를 가난한 나라에 버리는 것인지도 모른다.


얼마 전 방영된 환경스페셜 (KBS 1TV), “옷을 위한 지구는 없다” 편은, 우리가 내놓은 헌 옷 수거함 옷들의 다음 경로를 쫓는다. 세계 각지에서 모인 헌 옷들은 현지의 중고 상인들이 사들여 되파는데, 중고 상인들에게도 선택받지 못한 40%의 옷들은 그대로 쓰레기로 남는다. 쓰레기 처리 시설 역량이 부족한 나라들이다 보니, 시장 주변은 말 그대로 옷 쓰레기 산이다. 이것들은 눈앞에서 태워지기도 하고 그대로 방치되어 운하를 메우고 강으로 흘러드는 등 그들 국토를 잠식한다. 소들은 강물 대신 합성섬유를 씹어 먹고, 강물은 이미 온통 잿빛이다.

 

<KBS 환경스페셜- 지구를 위한 옷은 없다>

https://vod.kbs.co.kr/index.html?source=episode&sname=vod&stype=vod&program_code=T2020-1654&program_id=PS-2021072305-01-000&broadcast_complete_yn=N&local_station_code=00&section_code=05&section_sub_code=08




판매 수익은 기업에, 쓰레기는 제3국에?

코로나19 등 기후 위기의 심각성을 체감하면서 ‘재난은 공평하지 않다’는 말을 실감한다. 예상치 못한 감염병, 폭염과 폭우 같은 재해 앞에 사회의 약자들이 고스란히 노출되기 때문이다. 비와 더위를 피해 일할 수 있는 사람들과 온종일 밖에서 일해야 하는 사람들의 현실이 같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패션산업이야말로 이 같은 차이를 극명히 보여준다. 서구의 패션 기업들은 제3국의 저렴한 노동력을 이용해 더 싸고 더 빠르게, 더 많은 옷을 만들어 전 세계에 공급한다. 여기서 생긴 수익은 고스란히 그들에게 돌아간다. 그러나 쓰레기는? 한 해에 전 세계에서 만들어지는 옷이 1,000억 벌, 이 중 330억 벌이 버려진다고 한다. 그렇다면 1,000억 벌 판매 수익은 부자 나라에, 330억 벌 쓰레기는 가난한 나라로 흘러 들어가는 꼴, 지나친 억측일까.


라나플라자 붕괴 사건 이후, ‘패션레볼루션’ 등 인권과 환경을 각성한 운동들이 일어나면서, 패션 업계도 이를 무시할 수 없게 되었다. 패션레볼루션은 지난 2016년부터 250여 개 글로벌 기업을 대상으로 패션 투명성 지수를 발표한다. 

참조: https://blog.naver.com/wearagain/222450832581


패스트패션의 선두주자인 H&M은 61점, 한 손가락 안에 들 점수를 받았다. H&M은 ‘지속 가능성’이라는 콘셉트의 하나로, 의류 수거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는데 전 세계의 매장마다 헌 옷 수거함을 설치, 운영하고 있다. 우리나라 매장에도 헌 옷 수거함이 있고 누구나 이용할 수 있다. 하지만 잘 몰랐던 사실이다. 확인하기 위해 가까운 매장을 방문해 보았다.


헌 옷 수거함 이용하고 할인 바우처 받기


지하 1층부터 지상 2층까지 세 개 층에 들어선 오프라인 매장. 과연 지하 1층 계산대 옆에 헌 옷 수거함이 마련되어 있다. 쇼핑봉투(36cm* 25cm)에 헌 옷을 채워 가면, 봉투 당 5천 원 할인 쿠폰을 받을 수 있다. 1인당 하루에 쿠폰 2장을 받을 수 있고 이 쿠폰은 H&M 매장에서 바로 쓸 수 있는데, 단, 4만 원 이상 구매해야 쿠폰 사용이 가능하다.


이 수거함의 사용 방법 및 장점은 다음과 같다

- 브랜드에 상관없이 어떤 옷이라도 상관없다.

- 옷 상태도 신경 쓸 필요가 없다. 낡아서 해졌거나 변색, 보풀 등 따질 필요가 없다.

- 매장에서 옷을 구입하지 않아도 수거함은 이용할 수 있다.

- 의류 외에도 천으로 만든 제품이라면 모두 수거함에 넣을 수 있다.


H&M이 밝힌 바에 따르면, 전 세계 헌 옷 수거함에서 모인 옷들은 세 단계로 분류되고 활용된다고 한다.

- 재착용: 입을 수 있는 옷은 중고 의류로 판매한다.

- 재사용: 재착용으로 적합하지 않은 의류는 리메이크 컬렉션이나 청소용 천 등 다른 제품으로 사용된다.

- 재활용: 그 외는 모두 분쇄되어 원단 섬유나 단열재 등을 만드는 데 사용한다.

https://post.naver.com/viewer/postView.nhn?volumeNo=13224363&memberNo=20048415&vType=VERTICAL



의류 쓰레기로 잠식당하는 땅과 강물, 소비자의 권리로 기업들에 책임 물어야


이 같은 시스템이 가능한 것은 대기업이기 때문이다. H&M은 옷을 자원으로 보기 시작하는 게 중요하다고 언급했고, 2019년에는 수거 프로그램을 통해 2만 9천 톤의 옷과 직물을 수거했다고 밝혔다.


소비자 입장에서 보자면 받은 쿠폰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다시 H&M 의류를 사야한다는 딜레마에 봉착한다. 하지만, 의류 구매에 상관없이 헌 옷을 넣을 수 있고, 기업에서 밝힌 대로 옷들의 다음 쓰임을 믿을 수 있다면, 기존의 헌 옷 수거함보다 투명한 결과를 예측할 수 있다.


의류 쓰레기를 책임져야 할 곳은 옷을 만든 글로벌 기업들이다. 당연한 일 아닌가. 하지만 지금도 가난한 국가들에 의류 쓰레기가 몰리고 있다. 왜 판매 수익과 상관없는 가난한 나라의 사람들과 생명이 이런 처리를 감당해야 할까. 기업들이 외면한다면, 소비자가 요구해야 한다. 옷을 만들어 수익을 올렸으니 그 쓰레기도 책임 있게 되가져가라고. 이미 헌 옷 회수와 순환 가능성을 보여주는 패션 기업이 이렇게 존재하고 있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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