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RING 2022 '21%Party' 모습
2022년 2월 26일. 종로구 인사동 KOTE에서 17번째 21%파티가 열렸다. 코로나 확산세가 거세 인원 제한을 두기 위해 시간당 50명씩 3시간 동안 예약제로 진행됐다. 이번 파티는 공지 전부터 파티 일정을 물어오는 이들이 많았다. 공지 일주일 만에 빠르게 매진되었고 이후에도 참여 문의가 쇄도해 성공적 파티가 예상됐다. 특히 이번 파티에는 5명의 서포터즈들이 함께 파티를 진행할 예정이었기에 더욱 기대가 켰다. 그러나. 호사다마(好事多魔)라 했던가.
파티 3일 전- 다시입다연구소의 연구원 2호가 밀접접촉자로 분류되어 장렬히 자가격리를 시작했다.
파티 2일 전- 대관사 측의 상황으로 파티 장소가 실내에서 야외로 변경됐다.
파티 하루 전- 갑작스러운 강풍과 비 소식이 가.. 갑자기 들려왔다.
파티 당일- 망연한 것도 잠시. 앞치마로 중무장한 다시입다연구원들과 서포터즈들은 원래 계획했던 장소는 아니었지만 다소 야생적인 분위기의 야외 공간에 포스터와 행거를 설치하고 제법 멋진 파티 장을 만들어냈다. 그런데 파티 준비를 마치고 손님맞이 준비에 분주하던 파티 시작 40분 전. 갑작스럽게 대관사 측 동업자 간의 분쟁으로 경찰이 출두하며 갈등 상황이 벌어져 행사 불가 통보를 받고 마는데...
남은 시간은 단 40분. 이미 참가자들은 오고 있을 터. 파티 취소 공지를 할 수도 없는 시간이었다. 대안은 본관 2층의 공유 오피스로 사용되는 장소로 파티 장소를 옮기는 것뿐. 약 50여 미터의 거리를 40분 동안, KOTE 직원들과 함께 행거와 전시물을 옮기고 포스터를 설치하며 파티 준비를 처음부터 다시 시작했다. 이때 장소를 옮기면서 몇몇 파티 물품들과 함께 연구원들의 정신이 같이 분실되었지만 야무진 서포터즈들의 수습과 파티 참가자들의 너그러움으로 다행히 무사히 파티를 시작할 수 있었다. (사실 여기에 한 가지 변수가 더 있었는데, 파티 참가자들이 앉아 옷에 스토리 태그를 적어 붙이는 테이블이 있는 공간이 파티 종료 시점인 4시부터 피아노 연주회로 사용되어 테이블과 의자를 한 번 더 옮겨야 하는 사태가 발생했다.)
SPRING 2022 '21%Party' 모습
SPRING 2022 '21%Party' 드레스코드, 'Oldies But Goodies'
한 번 만들어진 옷을 오랫동안 멋지게 입는 것이 21%파티의 정신. 가족, 친구, 이웃에게 물려받은 옷, 내가 가진 옷 중에 가장 오래된 옷 등을 입고 오는 참가자에게 '다시입다' 배지를 선물하는 행사를 진행했다. 13년 된 청재킷을 입고 온 참가자, 93년도에 제조된 재킷을 입고 온 참가자 등 많은 파티객들이 10년~30년이 넘는 내공과 이야기가 담긴 옷들을 입고 와 파티를 빛내주었다. 이날 오래된 옷을 입고 온 파티객들과 진행한 인터뷰를 담은 이야기가 조만간 동영상으로 공개될 예정이다.
이번 파티에도 각각의 사연으로 읽는 재미가 가득했던 Goodbye & Hello 태그
다양한 경험의 파격 워크숍
21% 파티에서는 장소가 허락하는 한 매번 다양한 워크숍이 개최된다. 이번 파티에는 재봉틀 수선과 키보드 수리 두 가지 워크숍이 진행됐다.
키보드 수리 워크숍은 리페어 라이프디자인의 황혁주 님이 진행했는데 참가자들이 직접 키보드의 키캡을 조립하고 키보드를 뜨거운 물로 세척하는 등 사용하다 고장 나면 쉽게 버리고 다시 사는 기존의 상식을 깨는 흥미롭고 의미 있는 체험이 이어졌다.
직접 자판을 갈아 끼우며 파티를 즐기는 모습과 후기들
재봉틀 워크숍은 리폼 의류 제작소 ‘부암역’ 팀이 진행했다. 현장에서 고른 옷들 중에서 긴 소매를 반 소매로 리폼하거나 바지 밑단을 줄이는 등 참가자들이 직접 새로 만난 옷들을 자신의 몸에 맞게 수선했다. 체험보다는 실용적 수선에 참여자들의 만족도가 높았던 2시간이 금방 지나갔다.
체험 후 남겨진 참여자들의 소매단과 바지단들
우리는 왜 모이는가
유난히 돌발 상황 많고 준비과정이 험난했던 21%파티가 무사히 끝이 났다.
미세먼지와 돌풍을 동반한 악천후에 우리는 모였다. 우리는 제로 웨이스트를 실천하기 위해 모였다. 우리는 죄책감을 덜기 위해 모였고 사명감으로 모였고 재미있어서 모였다.
더 자주 일어나는 산불과 홍수가, 처음 겪어보는 전염병이, 어떤 이는 인간으로 인한 기후 위기 때문이라고 하고 또 어떤 이는 지구온난화는 모두 거짓말이라고 한다. 우리는 모두 연결되어 있지만 너무 복잡하고 느슨하게 연결되어 있기에 오늘 나의 행동이 나비의 날갯짓 정도인지 터닝포인트의 한 발인지 알지 못한다.
우리는 지금 할 수 있는 최선의 행동을 하기 위해 창궐하는 역병을 뚫고 모였다.
21%는 옷장 속 안 입는 옷의 비율이다. 제대로 입혀지지 않고 세상 밖으로 나오지 못할 옷장 속 1/5을 채우기 위해 물을 쓰고 유전자 변형 목화를 기르고(세계 살충제 사용량의 25%), 강물을 오염시키며(농업에 이어 두 번째로 큰 수질 오염원), 빈국의 노동력을 착취하고(방글라데시 2020년 최저임금 : 월 / 8100 BDT(한화 11만 6,802원)) 15년 전보다 60%의 옷을 더 소비하는 것은 누구도 원치 않는 부조리이다. 그 간극을 줄이기 위해 우리는 모일 것이다. 그 간극인 21%가 11%, 나아가 0%가 될 때까지 우리는 모일 것이다.
그래서 21%파티가 없어지는 그날까지, 쿵작 쿵작 흥겨운 파티 피플들이여! 다음 파티에서도 각자의 이유로 즐겁게 다시 만나길!
추신!
144명의 우리는 660벌의 옷을 가지고 모였고 이 중 365벌이 새로운 주인을 만났으며 파티 과정에서 다시입다연구소 연구원들의 무릎 연골은 약 3%가량 마모되었다. 이제 새 주인을 찾은 옷들은 옷장에서 석방되어 햇볕을 쬐며 거리를 활보할 것이다. 다음 파티는 라나 플라자 붕괴 사건의 날짜에 맞추어 4월 말 서촌에서 열릴 예정이다.
글 다시입다연구소 연구원 3호
유난히 돌발 상황 많고 준비과정이 험난했던 21%파티가 무사히 끝이 났다.
미세먼지와 돌풍을 동반한 악천후에 우리는 모였다. 우리는 제로 웨이스트를 실천하기 위해 모였다. 우리는 죄책감을 덜기 위해 모였고 사명감으로 모였고 재미있어서 모였다.
더 자주 일어나는 산불과 홍수가, 처음 겪어보는 전염병이, 어떤 이는 인간으로 인한 기후 위기 때문이라고 하고 또 어떤 이는 지구온난화는 모두 거짓말이라고 한다. 우리는 모두 연결되어 있지만 너무 복잡하고 느슨하게 연결되어 있기에 오늘 나의 행동이 나비의 날갯짓 정도인지 터닝포인트의 한 발인지 알지 못한다.
우리는 지금 할 수 있는 최선의 행동을 하기 위해 창궐하는 역병을 뚫고 모였다.
21%는 옷장 속 안 입는 옷의 비율이다. 제대로 입혀지지 않고 세상 밖으로 나오지 못할 옷장 속 1/5을 채우기 위해 물을 쓰고 유전자 변형 목화를 기르고(세계 살충제 사용량의 25%), 강물을 오염시키며(농업에 이어 두 번째로 큰 수질 오염원), 빈국의 노동력을 착취하고(방글라데시 2020년 최저임금 : 월 / 8100 BDT(한화 11만 6,802원)) 15년 전보다 60%의 옷을 더 소비하는 것은 누구도 원치 않는 부조리이다. 그 간극을 줄이기 위해 우리는 모일 것이다. 그 간극인 21%가 11%, 나아가 0%가 될 때까지 우리는 모일 것이다.
그래서 21%파티가 없어지는 그날까지, 쿵작 쿵작 흥겨운 파티 피플들이여! 다음 파티에서도 각자의 이유로 즐겁게 다시 만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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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RING 2022 '21%Party' 모습
2022년 2월 26일. 종로구 인사동 KOTE에서 17번째 21%파티가 열렸다. 코로나 확산세가 거세 인원 제한을 두기 위해 시간당 50명씩 3시간 동안 예약제로 진행됐다. 이번 파티는 공지 전부터 파티 일정을 물어오는 이들이 많았다. 공지 일주일 만에 빠르게 매진되었고 이후에도 참여 문의가 쇄도해 성공적 파티가 예상됐다. 특히 이번 파티에는 5명의 서포터즈들이 함께 파티를 진행할 예정이었기에 더욱 기대가 켰다. 그러나. 호사다마(好事多魔)라 했던가.
파티 3일 전- 다시입다연구소의 연구원 2호가 밀접접촉자로 분류되어 장렬히 자가격리를 시작했다.
파티 2일 전- 대관사 측의 상황으로 파티 장소가 실내에서 야외로 변경됐다.
파티 하루 전- 갑작스러운 강풍과 비 소식이 가.. 갑자기 들려왔다.
파티 당일- 망연한 것도 잠시. 앞치마로 중무장한 다시입다연구원들과 서포터즈들은 원래 계획했던 장소는 아니었지만 다소 야생적인 분위기의 야외 공간에 포스터와 행거를 설치하고 제법 멋진 파티 장을 만들어냈다. 그런데 파티 준비를 마치고 손님맞이 준비에 분주하던 파티 시작 40분 전. 갑작스럽게 대관사 측 동업자 간의 분쟁으로 경찰이 출두하며 갈등 상황이 벌어져 행사 불가 통보를 받고 마는데...
남은 시간은 단 40분. 이미 참가자들은 오고 있을 터. 파티 취소 공지를 할 수도 없는 시간이었다. 대안은 본관 2층의 공유 오피스로 사용되는 장소로 파티 장소를 옮기는 것뿐. 약 50여 미터의 거리를 40분 동안, KOTE 직원들과 함께 행거와 전시물을 옮기고 포스터를 설치하며 파티 준비를 처음부터 다시 시작했다. 이때 장소를 옮기면서 몇몇 파티 물품들과 함께 연구원들의 정신이 같이 분실되었지만 야무진 서포터즈들의 수습과 파티 참가자들의 너그러움으로 다행히 무사히 파티를 시작할 수 있었다. (사실 여기에 한 가지 변수가 더 있었는데, 파티 참가자들이 앉아 옷에 스토리 태그를 적어 붙이는 테이블이 있는 공간이 파티 종료 시점인 4시부터 피아노 연주회로 사용되어 테이블과 의자를 한 번 더 옮겨야 하는 사태가 발생했다.)
SPRING 2022 '21%Party' 모습
한 번 만들어진 옷을 오랫동안 멋지게 입는 것이 21%파티의 정신. 가족, 친구, 이웃에게 물려받은 옷, 내가 가진 옷 중에 가장 오래된 옷 등을 입고 오는 참가자에게 '다시입다' 배지를 선물하는 행사를 진행했다. 13년 된 청재킷을 입고 온 참가자, 93년도에 제조된 재킷을 입고 온 참가자 등 많은 파티객들이 10년~30년이 넘는 내공과 이야기가 담긴 옷들을 입고 와 파티를 빛내주었다. 이날 오래된 옷을 입고 온 파티객들과 진행한 인터뷰를 담은 이야기가 조만간 동영상으로 공개될 예정이다.
이번 파티에도 각각의 사연으로 읽는 재미가 가득했던 Goodbye & Hello 태그
21% 파티에서는 장소가 허락하는 한 매번 다양한 워크숍이 개최된다. 이번 파티에는 재봉틀 수선과 키보드 수리 두 가지 워크숍이 진행됐다.
키보드 수리 워크숍은 리페어 라이프디자인의 황혁주 님이 진행했는데 참가자들이 직접 키보드의 키캡을 조립하고 키보드를 뜨거운 물로 세척하는 등 사용하다 고장 나면 쉽게 버리고 다시 사는 기존의 상식을 깨는 흥미롭고 의미 있는 체험이 이어졌다.
직접 자판을 갈아 끼우며 파티를 즐기는 모습과 후기들
재봉틀 워크숍은 리폼 의류 제작소 ‘부암역’ 팀이 진행했다. 현장에서 고른 옷들 중에서 긴 소매를 반 소매로 리폼하거나 바지 밑단을 줄이는 등 참가자들이 직접 새로 만난 옷들을 자신의 몸에 맞게 수선했다. 체험보다는 실용적 수선에 참여자들의 만족도가 높았던 2시간이 금방 지나갔다.
체험 후 남겨진 참여자들의 소매단과 바지단들
유난히 돌발 상황 많고 준비과정이 험난했던 21%파티가 무사히 끝이 났다.
미세먼지와 돌풍을 동반한 악천후에 우리는 모였다. 우리는 제로 웨이스트를 실천하기 위해 모였다. 우리는 죄책감을 덜기 위해 모였고 사명감으로 모였고 재미있어서 모였다.
더 자주 일어나는 산불과 홍수가, 처음 겪어보는 전염병이, 어떤 이는 인간으로 인한 기후 위기 때문이라고 하고 또 어떤 이는 지구온난화는 모두 거짓말이라고 한다. 우리는 모두 연결되어 있지만 너무 복잡하고 느슨하게 연결되어 있기에 오늘 나의 행동이 나비의 날갯짓 정도인지 터닝포인트의 한 발인지 알지 못한다.
우리는 지금 할 수 있는 최선의 행동을 하기 위해 창궐하는 역병을 뚫고 모였다.
21%는 옷장 속 안 입는 옷의 비율이다. 제대로 입혀지지 않고 세상 밖으로 나오지 못할 옷장 속 1/5을 채우기 위해 물을 쓰고 유전자 변형 목화를 기르고(세계 살충제 사용량의 25%), 강물을 오염시키며(농업에 이어 두 번째로 큰 수질 오염원), 빈국의 노동력을 착취하고(방글라데시 2020년 최저임금 : 월 / 8100 BDT(한화 11만 6,802원)) 15년 전보다 60%의 옷을 더 소비하는 것은 누구도 원치 않는 부조리이다. 그 간극을 줄이기 위해 우리는 모일 것이다. 그 간극인 21%가 11%, 나아가 0%가 될 때까지 우리는 모일 것이다.
그래서 21%파티가 없어지는 그날까지, 쿵작 쿵작 흥겨운 파티 피플들이여! 다음 파티에서도 각자의 이유로 즐겁게 다시 만나길!
추신!
144명의 우리는 660벌의 옷을 가지고 모였고 이 중 365벌이 새로운 주인을 만났으며 파티 과정에서 다시입다연구소 연구원들의 무릎 연골은 약 3%가량 마모되었다. 이제 새 주인을 찾은 옷들은 옷장에서 석방되어 햇볕을 쬐며 거리를 활보할 것이다. 다음 파티는 라나 플라자 붕괴 사건의 날짜에 맞추어 4월 말 서촌에서 열릴 예정이다.
글 다시입다연구소 연구원 3호
유난히 돌발 상황 많고 준비과정이 험난했던 21%파티가 무사히 끝이 났다.
미세먼지와 돌풍을 동반한 악천후에 우리는 모였다. 우리는 제로 웨이스트를 실천하기 위해 모였다. 우리는 죄책감을 덜기 위해 모였고 사명감으로 모였고 재미있어서 모였다.
더 자주 일어나는 산불과 홍수가, 처음 겪어보는 전염병이, 어떤 이는 인간으로 인한 기후 위기 때문이라고 하고 또 어떤 이는 지구온난화는 모두 거짓말이라고 한다. 우리는 모두 연결되어 있지만 너무 복잡하고 느슨하게 연결되어 있기에 오늘 나의 행동이 나비의 날갯짓 정도인지 터닝포인트의 한 발인지 알지 못한다.
우리는 지금 할 수 있는 최선의 행동을 하기 위해 창궐하는 역병을 뚫고 모였다.
21%는 옷장 속 안 입는 옷의 비율이다. 제대로 입혀지지 않고 세상 밖으로 나오지 못할 옷장 속 1/5을 채우기 위해 물을 쓰고 유전자 변형 목화를 기르고(세계 살충제 사용량의 25%), 강물을 오염시키며(농업에 이어 두 번째로 큰 수질 오염원), 빈국의 노동력을 착취하고(방글라데시 2020년 최저임금 : 월 / 8100 BDT(한화 11만 6,802원)) 15년 전보다 60%의 옷을 더 소비하는 것은 누구도 원치 않는 부조리이다. 그 간극을 줄이기 위해 우리는 모일 것이다. 그 간극인 21%가 11%, 나아가 0%가 될 때까지 우리는 모일 것이다.
그래서 21%파티가 없어지는 그날까지, 쿵작 쿵작 흥겨운 파티 피플들이여! 다음 파티에서도 각자의 이유로 즐겁게 다시 만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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