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과 환경]'헌 옷 기부'의 현주소를 밝히다

관리자
2022-03-15

Photo by Maude Frédérique Lavoie on Unsplash   


 기부는 나눔이고 아름다운 마음이다. 돈이든, 물건이든, 재능이든 그 무엇이든 내가 가지고 있는 것을 나누어 남을 돕고자 하는 취지는 아름답다. 그러나 물품 기부를 받는 아름다운가게나 굿윌스토어, 옷캔 등의 비영리 자선 단체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아름다운 마음의 기부만 있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들 비영리 단체는 주로 기부받은 물품을 재판매하여 얻은 수익금으로 공익활동을 하는데, 해마다 기부 물품 중 절반 이상은 재판매가 불가능할 정도로 상태가 좋지 않아 폐기 처분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나마 매장으로 직접 물건을 가져다주는 물품은 재판매가 가능한 것들이 많은데, 방문 수거를 하거나 택배로 받는 물품들은 재판매가 불가능한 물품이 많다. 몇 년 전부터 안 쓰는 물건을 기증하면 연말정산 시 기부금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다 보니 기부량은 크게 늘었다. 그러나 중고거래 플랫폼 등의 성장으로 중고 거래도 활성화되면서 일부 기부자들은 중고 거래가 가능한 물품은 중고 거래하고 중고 거래가 힘든 물품은 기부하는 사람들도 많다. 심지어 더 이상 아무도 사용이 불가능한 '쓰레기'를 기부하는 경우도 있다. 


 기부량이 현저히 늘었어도 실제로 재판매가 가능한 물건은 많지 않고 폐기량이 증가할수록 물품들을 분리하고 폐기하는 인력이 더 필요할 뿐만 아니라, 폐기물 처리 비용도 이들 비영리 단체가 다 떠안게 된다. 기부된 의류의 경우, 세탁만이라도 깨끗하게 해서 기부해도 폐기물량이 크게 줄어들 텐데 일손 부족 탓에 별도로 세탁 수선을 하지 않으니 그대로 폐기처분 된다. 동네마다 설치되어있는 '헌 옷 수거함'도 최근 쓰레기통처럼 전락해 미관을 해칠 뿐 아니라 더는 입지 못하는 헌 옷이 대부분이라 없애는 추세에 있다.  


 우리가 기부한 옷 중 재판매되는 옷은 보통 5%.재판매되지 않고 폐기도 되지 않은 나머지 옷들은 모두 어디로 갈까? 전 세계 헌 옷 기부 종착지는 바로 아프리카, 아시아, 중남미 등 제 3세계 국가이다. 선진국에서 입고 버린 옷들은 모두 제 3세계에 들어가 재판매되고 매립되고 소각되어 옷의 수명을 마감한다.  이들 나라에 수입되어 들어온 헌 옷들 중 재판매되는 옷의 비율은 60% 정도. 나머지 40%는 결국 '옷 쓰레기 산'을 이루어 매립되거나 소각장에서 불태워져 사라진다. 헌 옷 수입을 금지하는 국가도 있다. 노동집약적인 섬유산업은 국가의 경제 성장을 가져오는 데 큰 역할을 하는 산업인데, 선진국에서 버린 옷들이 수입되어 싼값에 팔리니 자국 내 섬유 산업을 성장시킬 수 없기 때문이다. 또한, 화학물질로 범벅이 되어 만들어지는 오늘날의 옷을 매립하고 소각하면, 토양과 지하수, 대기가 심각하게 오염되어 인간과 환경을 위협한다.

 

https://imnews.imbc.com/replay/2021/nwtoday/article/6306349_34943.html



 제 3세계 국가에 모여 만들어진 옷 쓰레기 산은 옷이 대량 생산되어 쉽게 사고 쉽게 버리는 일회용 옷, 즉, 패스트 패션이 등장하면서부터 생기기 시작했다. 짧은 유행 주기에 맞춰 저렴한 가격에 대량 생산된 패스트 패션은 품질이 좋지 않아 재판매가 어렵고 값어치도 매우 떨어져 쓰레기만 양산할 뿐이다. 우리나라를 비롯한 많은 선진국의 헌 옷 기부는 점점 남을 돕는 착한 기부가 아니라 섬유 폐기물을 제3세계 국민들에게 떠넘기는 나쁜 기부가 되어가고 있다. 


 어려운 이웃과 나누는 진정한 기부를 원한다면, 친구에게 권할 수 있을 만큼 좋은 상태의 세탁된 옷을 기부하는 것이 기본일 것이다. 기부의 예절을 지켜 기부하되, 기부해도 결국은 아무도 입지 않고 버려져 옷 쓰레기산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하자. 그리하여 나를 아름답게 하기 위해 나에게 온 옷이 결국 나와 지구를 파괴할 수 있다는 것을 인지하고 옷을 소비하는 것이 중요할 것이다.  

정주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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