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나는 친환경 의생활자다]제로 웨이스트 실천기 <덜어내고 덜 버리고> 오한빛 작가

관리자
2022-05-09

새 옷을 입지 않아도, 나는 충분히 괜찮고 매력적인 존재라고 생각해 '버리기’


오한빛 님은 지난 2월 26일 열렸던 21%파티에 참여했다. 그리고 책 한 권을 두고 갔다. <덜어내고 덜 버리고>. 리듬감 있는 제목부터 확 끌리는 책의 내용은 제로 웨이스트 실천기. 21%파티에 관심을 둔 작가여서인지 옷에 대한 이야기들이 흥미로웠다. 같은 옷을 매일 교복처럼 입었던 경험, 동묘 빈티지 숍을 효과적으로 도는 노하우, 엄마가 자신의 나이쯤에 샀던 옷을 지금까지 입는다는 이야기들. 그뿐만 아니라 160*60 정도 크기의 옷장으로 살고 있다니! 이 사람, 우리가 찾던 딱 그 사람이다. “나는 친환경 의생활 자다”에서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본다. 


                                                                                                                                          오한빛 님


Q. 안녕하세요!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A. 안녕하세요. 한빛입니다. <덜어내고 덜 버리고>라는 책을 최근에 출간했고요, 그 인연으로 인터뷰도 하게 되었어요. ‘보틀 팩토리’라는 곳에 느슨하게 속해서 커피도 내리고 숍도 관리하고요, 좋아하는 것들을 배우는 중인데 요즘은 축구와 요가에 빠져있어요.


Q. 160*60 크기의 옷장 이야기부터 들려주세요. 계절이 바뀔 때마다 옷을 바꾸는 건가요? 관심 있는 사람들은 따라 해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경험자로서 효과적으로 할 수 있는 팁을 말씀해 주신다면?

A. 어느 날 보니 옷장은 점점 커지는데 입을 옷이 없는 건 마찬가지더라고요. 또 여전히 입는 옷만 입게 되고요. 그래서 작은 행거 하나로 계절마다 바꿔서 생활해도 좋겠다, 싶었어요. 160*60 크기인 이유는 동거인에게 물려받은 행거의 크기가 그 사이즈였기 때문이에요. 그 행거는 조금 부실해서 최근에 새로 구매했어요. 이제는 160*80정도 되고요. 각자 가지고 있는 행거나 내 옷 규모에 맞는 옷장 하나를 정하면 될 것 같아요. 좋은 점은 가짓수를 줄여야 하기 때문에 자주 입는 옷들을 남겨두고 손이 조금이라도 덜 가는 옷이나 비슷한 옷들을 이전보다 빠르게 정을 떼고 정리하는 것 같아요.



아쉬운 점은 계절마다 옷을 바꾸다 보니 봄이 온 줄 알았는데 갑자기 겨울 날씨일 때가 있잖아요. 계절의 사이에는 옷장 하나가 불가능해서 행거 주변에 걸리지 못한 옷을 좀 쌓아놓기도 해요. 겨울에는 옷의 부피가 커지니까 더 적게 옷을 걸어야 하는데 그때는 외투만 걸어놓는 작은 행거를 따로 마련하는 것도 방법이고요, 겨울옷은 세탁을 덜 해도 되니 옷을 더 적게 가져도 좋을 것 같아요.


Q. 옷 쇼핑은 어떻게 하시나요?

A. 새 옷은 잘 안 사는 편이고, 빈티지나 중고 옷은 가끔 사요. 새 옷을 사고 싶은 충동을 참기보다 그 필요를 못 느끼는 쪽에 가까워지고 있어요. 옷을 좋아하는 친언니에게 물려받을 기회도 많고, 새 옷을 고르는 일이 어렵기도 하고요. 너무 많은 브랜드의 옷이 아주 작은 디테일만 다르게 나오잖아요. 그 디테일과 가격과 브랜드의 매력 같은 것을 비교하는 시간이 그다지 재미있지 않아요.


"패션은 우리를 가장 감각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수단, 

이야기가 담긴 중고 옷으로 자신을 드러낼 수 있어요!"



Q. 옷을 덜 사고 싶은데 어떻게 소비 욕구를 달랠 수 있을까요?

A. 저의 경우에 비추어보면 ‘옷을 사고 싶다’는 생각은 대체로 충동적인 경우가 많은 것 같아요. 그 충동이 들 때 잠깐 차분히 생각해봐요. 진짜 필요한가, 비슷한 옷은 없는가, 앞으로도 쭉 잘 입을 것 같나, 같은 질문을 해보죠. 온라인 쇼핑이라면 장바구니에 넣어놓고 길게는 일주일까지도 시간을 보내보고요. 정말 예뻐서 꼭 사야만 할 것 같은 옷도 시간이 지나면 그 매력이 떨어지고 사실 꼭 필요한 것은 아닌 경우가 많더라고요. 이건 좀 생뚱맞을 수도 있는데, 매번 유행에 맞춰서 새 옷을 입지 않아도 스스로가 충분히 괜찮고 매력적인 존재라고 생각해 ‘버리는’ 것도 저는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Q. 동묘를 좋아한다고 하셨는데, 가장 최근에 갔던 동묘는 언제였나요? 동묘를 효율적으로 도는 코스가 따로 있다고요. 그 정보도 궁금해요.

A. 동묘 좋아해요. 쇼핑 충동이 들 때면 종종 가는데요, 최근에는 겨울에서 봄으로 넘어가는 따뜻한 날에 다녀왔어요. 빈티지 의류를 좋아하지만, 동묘는 한 번도 안 가봤다는 애인에게 구경시켜주고 봄 외투도 하나 샀어요. 몇 번 다니다 보면 괜찮은 가게들이 눈에 들어와요. 밖에서 보이는 디피만 봐도 가게에서 옷을 고르는 감각이 보이거든요. 마음에 드는 가게들을 모아놓으면 코스가 생기고요. 옷을 보는 감각이 있는 친구랑 가면 더 좋을 거예요. 저에게는 친언니가 그런 존재예요. 한눈에 보고 옷을 사려고 할 때 ‘그건 좀 아니지 않니’, ‘ 그걸 몇 번이나 입겠니’라고 객관적으로 말리기도 해요.


Q. 친구의 도움으로 ‘교복 생활‘을 시도한 이야기도 흥미로웠는데 그만두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요? 다시 시도해 본 적이 있는지 궁금해요.

A. 저는 집을 나설 때의 착장이 마음에 쏙 들고 편안해야 그날 하루도 잘 보낼 수 있더라고요. 그래서인지 어렸을 때부터 옷을 고르고 입는 데 시간이 많이 들었어요. 매일 다른 옷을 ‘잘’ 입고 싶은 마음이 있는데 옷의 경험과 감각이 따라오지 않아서 어려웠어요. 지각도 종종 하고. 그래서 매일 똑같은 옷을 입는 교복 생활을 해봤어요. 교복 생활이 너무 편하고 좋으니까 옷에 대한 관심을 아예 거뒀는데, 그러다 보니 주말이면 다시 옷을 어떻게 입어야 할지 모르겠더라고요. ‘에라 모르겠다’ 하며 주말에 교복을 입기도 했고요.(교복 생활은 주말에는 다른 옷 입기가 원칙이거든요. 옷을 세탁할 시간이기도 하고 덜 지루하게 만드는 거죠)

그러다 좀 더 장기적으로 내가 편안하게 느끼고 마음에 들어 하는 스타일을 찾고 싶어서 교복 생활을 접었어요. 내가 좋아하는 옷을 살펴보고, 사놓고 안 입는 옷들이 있다면 그 이유를 생각해보고, 수백 가지의 배색 사전에서 고른 단 하나의 배색으로 무언가를 고를 때 기준도 생겼고요. 덕분에 이전보다 옷 입기가 쉬워졌어요. 그 이후로 교복 생활을 다시 하진 않았지만, 또 해보고 싶어요. 일주일에 위아래 딱 한 벌이라고 제한하지 않고, 두세 벌의 옷을 돌려 입는 방식이면 어느 계절이든 가능하겠지요.






"지속가능한 의생활,

내가 옷에서 기대하는 것을 생각해보고 내 옷장을 들여다보는 시간이 필요해요"


Q. 새 옷이 아닌 중고 의류로 자기만의 패션을 만들어 갈 수 있을까요?

A. 새 옷을 사지 않겠다고 한다면, 가진 옷을 오래 입거나 교환하고 중고 옷을 사는 등 선택 범위가 제한되겠지요. 제한된 범위 안에서 눈이 가는 것들을 고르다 보면 감각이 생기더라고요. 옷뿐 아니라 생활에서도 소비를 제한하다 보면 자신을 더 잘 알 수 있게 될 거라고 믿어요. 유행 따라 옷을 사는 친구보다는 중고 옷 가게를 들락날락하는 친구의 옷차림이 더 개성 있게 느껴지지 않나요? 제가 교복 생활을 멈췄던 이유도 그 때문인 것 같아요. ‘환경을 생각하고도 싶은데 편안하고 나답게 입고 싶어.’ 그런데 저는 그 정도의 감각이 없어서 기르고 싶었거든요. 옷이 가진 환경 문제가 너무 심각하니 ‘절대 새 옷을 사지 않을 거야’라거나 옷을 사고 싶은데 꾹 참기보다는, 내가 옷으로 기대하는 바와 지금의 옷장을 들여다보는 시간이 필요한 것 같아요. 건강하게 지속하기 위해서요.


Q. 가진 옷 중에 가장 오래된 옷을 소개해 주세요

A. 빈티지 옷들은 사실상 얼마나 오래된 옷인지 가늠하기가 힘들어요. 그래서 상상의 나래를 펼치죠. 이건 영화 <미드나잇 인 파리>의 배경이 되었던 1920년대의 옷이 아닐까 뭐 그런 식으로요. 제 옷 중 가장 오래된 옷은 아마 저희 엄마가 결혼할 때 할아버지께 떠드린 니트가 아닐까 싶어요. 할아버지가 안 입으셔서 제가 가져왔거든요. 연한 갈색에 두툼한 니트인데, 엄마가 한코 한코 시간을 들여 떴다고 생각하면... 그 옷은 절대 버릴 수가 없어요. 저에게 옷에 담긴 이야기와 사연은 정말 소중합니다.


Q. 꾸준히 제로 웨이스트 생활을 해오고 있는데, 지치지 않고 의지를 다지는 힘은 무엇인가요?

A. ‘제로 웨이스트 생활‘은 2017년에 처음 접하고 가까워졌는데, 의외로 대단한 기대를 하지 않기 때문에 꾸준히 할 수 있는 것 같아요. 내가 버리는 쓰레기 하나에까지 너무 힘주면 일상이 힘들어지잖아요. 쓰레기를 줄이려는 시도 자체를 즐겨요. 그런 실천을 하는 스스로를 뿌듯해하게 되고요. 잠깐의 편리함에 지지 않고, 스스로 옳다고 생각하는 일을 하는 건 정말 멋진 일이에요. 책에서도 쓴 말이지만 나 하나는 확실히 바뀐 것을 확인하지요.

보틀팩토리와의 인연이 그렇고요, 최근에는 제로 웨이스트 '문화’를 만들어가려는 단체나 사람들을 만나고 그들과 문화를 만들려고 시도하면서 또 다른 재미가 생겼어요. 나의 일상에서 벗어나 누군가의 일상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설렘. 사람과 문화를 넘어서 어떻게 제도를 바꿀 수 있을까, 제도를 넘어서 소비주의 체제 자체를 극복할 방법은 없을까, 고민하기 시작했어요.


Q. 바닷가에서 지낸 이야기들이 나오는데, 바다에 대한 애정으로 제로 웨이스트 생활을 시작하게 되셨나요?

A. 네 맞아요. 대학을 졸업하고 처음 직장 생활했던 곳이 경북의 영덕이라는 곳인데, 7번 국도를 쭉 따라서 이어지는 해안가를 매일 보면서 살았어요. 여름이면 스노클링 하면서 고동도 잡아서 먹고 심심하면 바다에 나가서 바람 쐬고 오고. 바다와 함께 좋은 생활을 했어요. 신기한 게 ‘해안 쓰레기가 너무 심각하다’는 뉴스 기사를 접하고 나서 바다에 가니 안 보이던 쓰레기들이 보이기 시작했어요. 내가 사는 작은 앞바다인데도 쓰레기가 너무 많고 없는 곳이 없더라고요. 이렇게는 안 되겠다 싶어서 비치클린을 시작했는데, 줍다 보니 쓰레기만 주워서 될 일이 아니구나, 싶어서 생활을 돌아보기 시작했어요. 그게 제로 웨이스트 생활의 시작이었죠.




Q. 시작하려는 분들에게 쉽게 실천해 볼 수 있는 것부터 알려주신다면?

A. 집에서 가까운 제로 웨이스트 숍을 방문해보세요. 우리는 구경하러 가는 것과 구매하는 것을 좋아하잖아요. 쓰레기를 줄이는 생활을 도와주는 물건이 이렇게도 많고, 리필이 이렇게도 재미있고, 돈이 크게 될까 싶은 일인데도 가치를 가지고 운영하는 사장님과도 대화를 나눠보세요. 나올 때 마음이 조금 달라져 있을 거예요.


Q. 앞으로의 꿈, 계획은 무엇인가요?

A. 불안해하지 않으면서 살고 싶어요. 불안해하지 않기 위해서 불안해하지 않아도 되는 사회를 만드는 데 일조하고 싶어요. 어떤 방법으로 실현하는 게 나에게 잘 맞을까, 요즘 고민하는 주제인데, ‘치유’와 관련 분야를 공부하고 있어요. 앞으로는 공부뿐 아니라 실제 경험을 많이 쌓아서 저만의 프로그램과 공간을 만들고 싶어요. 그 공간의 한쪽에 큰 테이블과 찻잔을 많이 두고 사람들이 편하게 모일 수 있으면 좋을 것 같고요. 무엇보다 이 모든 바람을 이루지 못했다고 해서 불안해하지 않고 싶네요!


인터뷰: 최윤희





오한빛   

같이 살자꾸나. 책 <덜어내고 덜 버리고>를 지었어요 

  

  <덜어내고 덜버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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