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가능 패션]건강한 움직임을 만드는 환경 플랫폼, '나무 옆 나무'

관리자
2022-0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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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사이클링은 자급자족의 영역, 

수동 재봉틀로 만드는 나만의 쓸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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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동 재봉틀 클래스'라니, 놀라움이 일었다. 재봉틀이라면 다시입다연구소 팀도 좀 돌린다. 지난해 여름부터 자투리 천으로 전시 포스터 등을 만드는 작업을 하고 있는데 단, 전동 재봉틀이다. 전동 재봉틀은 페달 밟는 힘 조절이 주효하다. 밟는 만큼 속도를 내지만 완성도와 상관없는 결과물이 나오기 때문. 그렇다면 수동은 어떤 느낌일까. ‘나무 옆 나무'는 왜 수동 재봉틀을, ‘드르륵~ 드르륵~’ 이 아닌 ‘드. 드. 르. 르. 르 르 으...’만을 고집하는 걸까.

재봉틀 소리 모음


구석구석 손길이 닿은 '나무 옆 나무'의 초록과 나무들의 공간

 

서울시 강서구 방화동에 자리한 ‘나무 옆 나무’에 들어서면 공방 자체가 하나의 핸드메이드 공간임을 단박에 느낄 수 있다. 테이블마다 물꽂이 한 초록 잎사귀들, 벽면을 따라 늘어선 화분이며 딱 봐도 수십 년은 된 듯 반질반질 윤이 나는 나무 장식장과 서랍장... 매일 매일의 손길이 없다면 결코 제 색을 내지 못했을 나무와 나무 사이사이로, 한 시절 집집마다 자리했을  재봉틀이 눈에 들어온다.

재봉틀 클래스에서 만드는 것은 파우치나 에코 백, 토시, 티 코스터, 헤어 슈슈 등 다른 곳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하지만 공방을 꾸려나가는 김민정 대표가 고수하는 몇 가지 수칙들을 들어보면 다시 깜짝 놀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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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대한 자연에 가깝게, 

해 뜨면 열고 해가 지면 닫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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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새로운 재료를 사지 않고 자기가 가진 재료(옷)를 이용할 것을 권한다. 가령, 안 입는 데님 셔츠를 가져와서 에코 백을 만든다면 버려지는 자투리 조각이 최대한 나오지 않게, 가방끈이며 장식까지 그 셔츠 하나로 완성하도록 돕는 식이다. ‘내가 가진 것으로 내게 필요한 것을 만드는 자급자족의 기쁨’이 가치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또, 이곳에서는 업사이클링 제품을 만들거나 판매하지 않는다. 필요한 물건을 자기가 직접 만들면 되고, 재봉틀 사용법만 숙지하면 간단한 소품 정도는 쉽게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의류 리폼 등을 다루지 않는 이유이다. 그러니까 ‘나무 옆 나무’는 상품이 아닌 자기 것으로 다시 자기 것을 만드는 작업을 완성해 가는 거점이다.

하나 더 특별한 지점은 에너지 자원을 쓰지 않는 운영 방침인데, 지난 겨울 동안 주중 4일을 쉬고 3일만 문을 열었다. 이유인즉, ‘에너지를 사용하지 않는 것이 돈을 못 버는 것보다 낫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라고. 그러니까, 일주일 내내 난방 연료를 쓰기보다, 3일만 썼다는 이야기다. 수동 재봉틀을 고집하는 이유도 마찬가지다.


이렇듯 무해한 움직임을 위해 대중교통을 이용해 방문하면 수강료의 10%를 할인해준다. 쉽지 않은 실천인데 김 대표는 오히려 ‘그게 더 자연에 가까운 거 아니겠냐’며, '동물도 추울 땐 동면 하면서 봄을 기다리듯 봄을 기다렸다'며 계획한 일들이 많다고 말한다.

한편, ‘나무 옆 나무’는 끝이 있는 공방이다. 애초에 2년을 목표로 작년 9월 문을 열었으니, 이제 1년 6개월 남았다. 남은 시간 동안 많은 사람이 오가고 이야기들이 이어지길 소망한다. 수동 재봉틀로 첫 실을 꿰었지만 비슷한 가치를 가진 사람들과 ‘묵언의 밤', '전기 없는 밤', '홈 파밍(home farming)' 등 환경을 고민하는 모임을 만들어 계속 연결하고 있다.





김민정 대표의 자연을 닮은 이야기


저는 제가 누구에게든 나쁜 일 안하고 산다고 믿었어요. 

근데 그게, 인간에게만 그런 거였어요

- 김민정 

 

나무옆나무 김민정 대표


Q. 재봉틀 클래스에 각자 집에 있는 재료를 가지고 온다니, 참신한 방법 같아요.

A. 눈에 익숙한 자기 옷이라도 원단으로 잘랐을 때 느낌이 또 다르거든요. 옷으로는 별론데 조각으로는 예쁜 거죠. 더는 옷이 아니지만 여전히 원단으로 사용할 수 있어요. 또 옷에는 추억이 담겨있으니 셔츠가 에코백이 되면 추억도 연장되겠지요. 물론 제가 준비해 둔 천을 제공하기도 하는데, 의미 없는 천보다는 자기 것, 수급부터 자기가 했다는 것이 중요하고요, 눈이 보배라고 하듯 쓸모를 찾는 눈은 누구에게나 있거든요. 작은 것 하나라도 나에게 닿는 쓸모를 찾는 일이 좀 많았으면 좋겠어요.


Q. 생각한 대로 실천하기가 쉽지 않은데 겨울에 연료를 안 쓰려고 아예 문을 닫았다니 곳곳에 놀라운 포인트가 많습니다.

A. 공방을 차리고 나니, 난로를 켜고 에너지를 쓰는 것들을 모두 제가 결정해야 했어요. 회사에서 일할 땐 회피할 수 있는 부분이었죠. 이제는 내 선택인데, 죄책감이 들어서 접점을 못 찾겠더라고요. 그래서 그냥 일주일에 4일은 쉬자, 했어요. 마음이 불행한 것보다 그게 나았어요. 봄이 되면 연료를 안 쓸 테니 동면하는 동물들처럼 그때까지 기다리자 싶었죠.

나무 옆 나무 내부 이미지


Q. 환경 감수성이 남다르신 것 같아요.

A. 어릴 때부터 자연을 좋아했는데, 진짜 제게 지구는 하나거든요. 저는 지금까지 누구에게든 나쁜 일 안하고 산다고 믿었어요. 근데 그게, 인간에게만 그런 거였어요. 모든 생명이 종 다양성을 지킬 수 있도록 두루두루 잘 살아야하는 거잖아요. 뭘 하든 혼자 있을 때보다 건강한 방식으로 하고 싶었고, 어쨌든 무해한 공간을 꾸리고 싶다는 마음이 컸어요.

Q. 의생활은 어떤지 궁금해요.

A. 새 옷은 안 산 지 오래됐어요. 고등학생 때부터 이미 빈티지 옷을 입었는데 그땐 환경과는 무관한 제 취향이었지요. 그러다 보니 중고 옷에 대한 거부감이 아예 없었고 그게 연결되면서 환경까지 담아서 계속하게 되었어요. 재봉틀도 워낙 빈티지를 좋아해서 하나둘씩 모으고 있었고요. 한번은 중고 플랫폼에서 수건을 사려고 봤더니 중고 수건은 없는 거예요. 새 수건은 사기 싫고, 소창을 끊어다가 수건 10개를 재봉틀로 만들었어요. 근데 그게 되더라고요. 그래서 재봉틀로 뭘 해보자 생각하게 됐고 지금 이 자리까지 오게 되었어요. 돌아보면 모든 게 다 연결된 것 같아요.

김민정 대표가 입던 셔츠로 직접 만든 쌍둥이 파우치


Q. 운영 기간 2년, 끝을 정해두었다는 것도 조금 독특합니다.

A. 2년 뒤에는 시골에서 생활하려고 마음 먹었는데, 그렇게 정하고 나니 해야 할 일이 명확해졌어요. 남은 동안은 자급자족 문화를 확산시켜서 환경 플랫폼으로 키우고 싶어요. 시작은 재봉틀이었지만 하나의 요소일 뿐이고, 작년에 숲 해설사 자격증을 땄는데 숲과 연결된 일도 해보고 싶고, 백 패킹을 좋아하다 보니 지역 거점들을 연결하는 백 패킹 코스도 만들어보고 싶고 그래요. 지금은 ‘나무 옆 나무’가 무해하기 위해 존재하는, 다방면으로 열린 공간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Q. ‘나무 옆 나무‘, 문학적인 이름입니다. 직접 지으셨나요?

A. 네. 직접 만들었어요. 저는 불완전한 사람이니까 실수하고 잘못된 결과를 만들기도 하고 그래요. 하지만 가는 방향은 지키고 있다고 생각해요. 불완전한 나일지라도, 나무처럼 우직하게 서 있으면 옆에 한 사람씩 붙을 것 같아요. 그렇게 곁을 지켜주다 보면 나무가 늘어가고 숲이 되겠지요. 혼자서는 절대 안 되니까, 최소한 나무 옆에 나무 하나쯤은 있어야 되고, 사람도 마찬가지잖아요. 사회가 이뤄지는 최소 단위는 사람과 사람이죠. 나무 옆 나무, 부르기는 좀 길고 어색한데 그런 의미를 담고 싶었고 무엇을 하든 이 이름을 꼭 짓고 싶었어요.


김민정 대표는 쉬운 일을 두고 어려운 일을 기꺼이 해내는 분들이 대단하고 감사하다며, '새 옷을 살 수 있는데 사지 않고 바꿔 입는 노력들이 세상 곳곳에 닿을 것'을 믿는다고 말했다. 주말에 일정이 많아 아직  21%파티에 참여해보진 못했지만, 조만간 '가장 좋아하는 오래된 원피스를 입고' 파티에 와서,  꼭 스토리 태그를 적고 싶다며 인터뷰를 마쳤다. 



재봉틀을 돌리고 있는 김민정 대표 모습


                          글 최윤희

 

 나무 옆 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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