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 옷들의 파티 후, 남겨진 36%의 옷
순환랩은 “기후위기 시대, 예술교육은 무엇을 할 것인가?”라는 질문에서 시작한 한국문화예술진흥원의 문화예술교육 프로젝트 사업으로, 다시입다연구소가 올 해 8월부터 11월까지 참여하는 프로젝트이다. 다시입다연구소의 순환랩 프로젝트, 'wearagain36%패션(이하 36%패션랩)'은 의류교환이벤트 21%파티를 진행하며 쌓인 옷과 고민의 무게를 안고 시작했다.
여기서 깜짝 퀴즈! 사놓고 입지 않아 우리의 옷장 속에 잠들어있는 옷들의 평균 비율은 21%라고 한다.(*2020년, 다시입다연구소 조사) 그렇다면 36%라는 비율은 또 뭘까? 바로, 21%파티가 끝난 후에도 새 주인을 만나지 못하고 남겨지는 옷들의 평균 비율이다. 그동안 교환에 성공하지 못하고 남겨진 옷들은 자선 단체에 기부되었다. 물론 기부도 뜻깊은 일이지만, 기부된 옷들 중 많은 수는 또 다시 버려지거나 수많은 탄소발자국을 남기며 해외로 수출된다는 뒷이야기를 접하니, 어쩌면 기부라는 이름 뒤에서 옷에 대한 책임을 손쉽게 놓아버리는 건 아닐까 마음이 무거워졌다. 그러니까 결국, 파티장에 나온 모든 옷들이 남김없이 교환되도록 하는 것이 최선의 일이라는 결론에 도달했다. ”36%의 옷들도 새 주인을 만나 다시 입혀지게 하자!” 남겨진 옷들을 샅샅히 살피고 면밀히 분석하며 더 적극적으로 이 문제를 풀어보기로 했고, 그렇게 36%패션랩이 시작되었다.
36%패션랩 연구원들과의 만남
남겨진 옷들의 모든 가능성을 실험할 36%패션랩의 연구원은 인스타그램 공개 모집을 통해 최종적으로 8인의 연구원들이 선발되었다. 그들은 각각 그림책 작가와 커스텀 아티스트, 학자와 활동가, 수선 예술가, 그래픽 디자이너, 업사이클링 공예가까지, 재능도 관심 분야도 각양각색이었다. 각기 다른 색깔로 36%패션랩을 풍성히 채워줄 앞으로의 나날이 기대되는 조합이다.
다양한 재능만큼이나 다양한 지역에서 찾아온 연구원들은 세종, 아산, 수원, 인천 등 매주 먼 거리를 오가는 수고도 마다하지 않고 다시 입혀질 옷들에 대한 넘치는 애정과 열정으로 36%패션랩에 합류했다.
2030여성들이 주로 참여하는 21%파티의 특성상 청바지와 원피스가 교환 의류로 자주 등장하고 또 그만큼 많이 남겨지기도 한다. 언뜻 멀쩡해보이지만 새 주인의 선택을 받지 못한 이유가 무엇일까, 옷마다 구석구석 샅샅히 살펴보던 연구원들은 번뜩이는 아이디어로 저마다의 해결책을 만들어냈다. 밑위가 짧아 꽉 끼는 스키니진은 두개를 합쳐 A라인 스커트로 만들고, 부담스러울만큼 화려한 장식이 들어간 뒷포켓은 과감히 떼어내고 그 자리에 귀여운 자수를 더했다. 기장이 애매한 민소매 원피스는 아랫단을 잘라 조끼로 만들고, 잘라낸 원단으로는 함께 착용할 모자를 만들기도 했다. 비교적 간단하게 풀어낼 수 있는 문제들도 있었다. 소재도 디자인도 괜찮지만 다소 무거운 느낌의 검은 원피스에는 밝은 색감의 벨트를 매치하는 것만으로도 한결 산뜻한 분위기가 감돌았다. 약간의 얼룩이 있는 옷에는 섬유용 물감을 뿌리거나 그림을 그려넣어 오염된 부위도 가리면서 유니크한 느낌도 더할 수 있었다. 또 별다른 문제는 없지만 너무 무난해서 선택에서 밀려나던 의류에는 실크스크린 등으로 메시지를 새기거나 다양한 모티브를 덧대어 언제든 탈부착을 할 수 있도록 하자는 아이디어도 나왔다. 각기 다른 개성을 가진 연구원들을 통해 남겨진 옷들에 다채로운 매력이 덧입혀졌다.
길고도 짧은 4개월의 여정, 36%패션랩은 이제 막 발을 떼고 호흡을 맞춰가는 중이다. 36%패션랩의 결과물은 연말 21%파티에서 직접 만나 볼 수 있다. 연구원들의 피땀눈물이 스민 작품들이 궁금하다면, 누구에게도 선택받지 못했던 36%의 옷들이 다시 얻은 기회를 응원한다면, 연말 21%파티 소식을 기다려주시라! 물론, 연구원들의 작품은 실제 ‘교환의류’로 등장할 예정이다.
21%파티 후 남는 옷이 ‘0%’에 수렴될 때까지, 다시입다연구소와 36%패션랩은 오늘도 연구에 몰두한다.
글: 전해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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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환랩은 “기후위기 시대, 예술교육은 무엇을 할 것인가?”라는 질문에서 시작한 한국문화예술진흥원의 문화예술교육 프로젝트 사업으로, 다시입다연구소가 올 해 8월부터 11월까지 참여하는 프로젝트이다. 다시입다연구소의 순환랩 프로젝트, 'wearagain36%패션(이하 36%패션랩)'은 의류교환이벤트 21%파티를 진행하며 쌓인 옷과 고민의 무게를 안고 시작했다.
여기서 깜짝 퀴즈! 사놓고 입지 않아 우리의 옷장 속에 잠들어있는 옷들의 평균 비율은 21%라고 한다.(*2020년, 다시입다연구소 조사) 그렇다면 36%라는 비율은 또 뭘까? 바로, 21%파티가 끝난 후에도 새 주인을 만나지 못하고 남겨지는 옷들의 평균 비율이다. 그동안 교환에 성공하지 못하고 남겨진 옷들은 자선 단체에 기부되었다. 물론 기부도 뜻깊은 일이지만, 기부된 옷들 중 많은 수는 또 다시 버려지거나 수많은 탄소발자국을 남기며 해외로 수출된다는 뒷이야기를 접하니, 어쩌면 기부라는 이름 뒤에서 옷에 대한 책임을 손쉽게 놓아버리는 건 아닐까 마음이 무거워졌다. 그러니까 결국, 파티장에 나온 모든 옷들이 남김없이 교환되도록 하는 것이 최선의 일이라는 결론에 도달했다. ”36%의 옷들도 새 주인을 만나 다시 입혀지게 하자!” 남겨진 옷들을 샅샅히 살피고 면밀히 분석하며 더 적극적으로 이 문제를 풀어보기로 했고, 그렇게 36%패션랩이 시작되었다.
남겨진 옷들의 모든 가능성을 실험할 36%패션랩의 연구원은 인스타그램 공개 모집을 통해 최종적으로 8인의 연구원들이 선발되었다. 그들은 각각 그림책 작가와 커스텀 아티스트, 학자와 활동가, 수선 예술가, 그래픽 디자이너, 업사이클링 공예가까지, 재능도 관심 분야도 각양각색이었다. 각기 다른 색깔로 36%패션랩을 풍성히 채워줄 앞으로의 나날이 기대되는 조합이다.
다양한 재능만큼이나 다양한 지역에서 찾아온 연구원들은 세종, 아산, 수원, 인천 등 매주 먼 거리를 오가는 수고도 마다하지 않고 다시 입혀질 옷들에 대한 넘치는 애정과 열정으로 36%패션랩에 합류했다.
2030여성들이 주로 참여하는 21%파티의 특성상 청바지와 원피스가 교환 의류로 자주 등장하고 또 그만큼 많이 남겨지기도 한다. 언뜻 멀쩡해보이지만 새 주인의 선택을 받지 못한 이유가 무엇일까, 옷마다 구석구석 샅샅히 살펴보던 연구원들은 번뜩이는 아이디어로 저마다의 해결책을 만들어냈다. 밑위가 짧아 꽉 끼는 스키니진은 두개를 합쳐 A라인 스커트로 만들고, 부담스러울만큼 화려한 장식이 들어간 뒷포켓은 과감히 떼어내고 그 자리에 귀여운 자수를 더했다. 기장이 애매한 민소매 원피스는 아랫단을 잘라 조끼로 만들고, 잘라낸 원단으로는 함께 착용할 모자를 만들기도 했다. 비교적 간단하게 풀어낼 수 있는 문제들도 있었다. 소재도 디자인도 괜찮지만 다소 무거운 느낌의 검은 원피스에는 밝은 색감의 벨트를 매치하는 것만으로도 한결 산뜻한 분위기가 감돌았다. 약간의 얼룩이 있는 옷에는 섬유용 물감을 뿌리거나 그림을 그려넣어 오염된 부위도 가리면서 유니크한 느낌도 더할 수 있었다. 또 별다른 문제는 없지만 너무 무난해서 선택에서 밀려나던 의류에는 실크스크린 등으로 메시지를 새기거나 다양한 모티브를 덧대어 언제든 탈부착을 할 수 있도록 하자는 아이디어도 나왔다. 각기 다른 개성을 가진 연구원들을 통해 남겨진 옷들에 다채로운 매력이 덧입혀졌다.
길고도 짧은 4개월의 여정, 36%패션랩은 이제 막 발을 떼고 호흡을 맞춰가는 중이다. 36%패션랩의 결과물은 연말 21%파티에서 직접 만나 볼 수 있다. 연구원들의 피땀눈물이 스민 작품들이 궁금하다면, 누구에게도 선택받지 못했던 36%의 옷들이 다시 얻은 기회를 응원한다면, 연말 21%파티 소식을 기다려주시라! 물론, 연구원들의 작품은 실제 ‘교환의류’로 등장할 예정이다.
21%파티 후 남는 옷이 ‘0%’에 수렴될 때까지, 다시입다연구소와 36%패션랩은 오늘도 연구에 몰두한다.
글: 전해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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