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종로구 부암동은 오래된 동네답게 특유의 분위기와 기운이 느껴진다. 윤동주문학관이나 현진건 집터, 환기미술관 등 앞서간 예술가들의 흔적이 이어지고, 석파정, 창의문, 백사실계곡 등 자연과 오래 어우러진 풍경들이 그대로 자리한다. 윤동주 문학관 건너편의 ‘부암역(buam_station)‘은 바느질로 옷을 지어 부암역만의 고유한 이야기를 잇는다. 실재하는 정거장이나 역 이름은 아니지만, 부암동에 도착하면 부암역부터 통과해야 할 것 같다.
자투리 천과 재봉틀. 부암역을 얘기할 때 절대 빼놓을 수 없는 두 가지다. 자투리 천을 이어 모자, 가방, 마스크, 파우치 등 웬만한 소품을 만들어낸다. 소품만이 아니다. 조끼부터 원피스, 치마와 바지까지 안 되는 옷이 없다. 또 기존의 의류에 주머니를 달거나 패치를 붙이고, 천을 덧대거나 주름을 잡는 등 다양한 수선이나 리폼도 가능하다. 만들어진 제품은 구입할 수 있고 자기가 가지고 있는 옷을 리폼 의뢰도 할 수 있다. 그리고 또 하나, 재봉(틀) 클래스를 통해 재봉틀을 다룰 수 있고, 숙련도에 따라 원하는 패션을 완성하는 것도 어렵지 않다
누구나 머물다 갈 수 있는 부암역
오후 햇살을 그대로 투과시키는 유리 문을 열고 부암역에 들어선다. 햇살 덕분인지 역사 안은 밝고 따스하다. 한산한 공간이지만 눈과 손이 바빠지는 이유는 지금껏 보지 못한 색다른 물건들과 분위기 때문이다. 안쪽 공방에서는 드르륵드르륵, 재봉틀 소리가 배경음악처럼 들려오고 진열된 모자, 가방, 벽과 행거에 걸린 옷들은 어딘지 독특하고 색다르다. 같은 바지, 같은 원피스라도, 천과 천이 만나 저마다 다른 색과 질감으로 모두 다른 하나뿐인 스타일이다. 아방가르드하면서도 오브제 같기도 한 것이, 저마다의 작품성을 간직한다고나 할까.
공방이자 숍, 재봉 수업 클래스이자 코로나 이전에는 주기적인 플리마켓도 열리던 장터였던 부암역. 코로나 이후로 오히려 재봉 수업을 문의하는 사람들이 많아 클래스를 열었다. 재봉틀이 처음이어도 쉽게 배울 수 있고, 무엇보다 공방 한쪽 벽면 바닥부터 천장까지 쌓인 자투리 천을 무료로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마음에 드는 천을 골라 어울리는 소재와 패턴을 맞추고, 직접 재봉틀을 돌려 천을 잇고 마무리한다. 성취감과 희열뿐만 아니라, 업사이클링을 실천하는 주체가 된다.
조각조각 연결하고 맞추는 재미
부암역의 자투리 천은 창신동 봉제 거리에서 온다. 한국전쟁 이후 청계천과 동대문 일대에 의류 도매 산업이 시작되면서 인근 창신동에도 공장 노동자들과 생산 업체들이 모여들어 봉제 거리가 형성됐다. 900여 개 봉제 공장이 밀집한 봉제 거리에는 옷 패턴을 뜨고 남은 천들이 ‘어마어마하게’ 쌓여 그대로 버려진다. 부암역 이근혜 역장은 ‘그대로 버려지는 원단 자투리가 아까워’ 가져다 다시 쓰기 시작했는데, 그냥 쓰레기로 버려질 천이 부암역을 경유하면, 세상 하나뿐인 패션으로 변신하여 180도로 운명을 바꾼다.
주변의 관심과 반응은 뜨거웠다. 무엇보다, 버려지는 천을 다시 쓰는 일은 그 어떤 가치로도 대신할 수 없는, 부암역이기에 가능했던 가치 창출이었던 셈. 2020년 코로나 시국에는 주변 지인들과 함께 천 마스크를 만들어 필요한 곳에 제공했다. 지난해 9월 25일, ‘제1회 다시입다 파티’에도 참여, 재봉틀 리폼 워크숍을 진행했고 천 마스크와 주머니가 파티 툴킷에 담겼다.
부암역은 늘 열려있어 세대를 넘나들며 이야기가 모이는 공간이 된다. 재봉을 배우고 싶다는 20~30대의 관심이 꾸준히 늘고 있어 반갑고 기쁘다. 자투리 천으로 얼마나 환경을 도울 수 있을지는 아무도 모른다. 어쩌면 지극히 미약한 움직임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그다음, 미래 세대가 있다. 작은 움직임은 긴 발걸음으로 이어질 것이다. 이제 첫발을 떼었을 뿐이다.
미니 인터뷰: 이근혜 부암역장
Q: 부암역을 만들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
A: 처음엔 소통 공간으로 열었다. 예전부터 골목길 문화 해설사도하고 슬로푸드 모임도 하면서 이웃과 더불어 사는 일에 관심이 많았다. 먹거리를 만들어 나누고 필요한 모임을 열면서 자연스럽게 사람들이 모이게 됐다. 바느질은 은퇴 후에 귀촌하려고 배웠다. 귀촌해서도 할 수 있는 일이라 생각했고, ‘창신소통공작소’에서 재봉 과정을 수강했다, 당연히 봉제공장에서 나오는 엄청난 자투리 원단에 눈이 갔고, 멀쩡한 조각들이 다 버려진다니 많이 안타까웠다. 그때부터 자투리 천을 쓰기 시작했다.
Q: 자투리 천 사용의 장점이 있다면?
A: 큰 원단에서 옷의 본을 뜨고 잘려 나간 부분을 재사용하기 때문에 창의력이 안 생길 수가 없다. 색깔도 소재도 무늬도 다 다른데 이걸 어떻게 조합하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완성품이 되고, 이것저것 요리조리 맞추고 가늠해보는 재미가 있다. 천은 당연히 무료로 사용한다. 수강생들은 얼마든지 시행착오를 거쳐도 된다는 뜻이다. 천을 고르고 연결하고, 다 자신이 하고 싶은 대로 할 수 있다.
Q: 보람을 느낄 때는 언제인가?
A: 부암역의 마니아층이 있다. 패션센스가 있거나 의미 있는 실천을 해보고자 하는 분들이 우리 옷을 좋아한다. 개성도 있지만 입으면 편하다. 입어보고 그대로 입고 나가는 손님들도 있다. 버리는 일이 아닌 살리는 일에 손을 보탤 수 있어 재미있고 보람되다. 업사이클링, 제로웨이스트 이슈에 대한 의식들도 많이 바뀐 것을 느낀다. 버려진 천이라는 것보다는, 그 자체로 새롭고 독창적인 완성품이라는 것에 더 의미를 두는 것 같다.
Q: 부암역의 계획은?
A: 지금은 코로나 때문에 조금 어렵지만, 좀 더 열린 공간으로 만들고자 한다. 클래스가 활성화되어 천이 좀 더 많이 쓰이면 좋겠고. 공방에 와서 직접 해보면 환경에 대해 다른 시각을 갖게 된다. 여기서 배우고 가신 분들이 자기 동네로 돌아가 그 지역 사람들의 생각을 바꾸게 할 수도 있고 비슷한 공간을 꾸릴 수도 있지 않나. 나 혼자라도 한 번 해봐야지, 하는 마음들이 늘어나고 공간이 확장되는 것이다. 그렇게 환경이나 쓰레기 문제를 한 번쯤 다시 보게 되는 역할을 부암역(buam_station)에서 할 수 있다면 만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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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정차할 곳은 운명이 바뀌는 부암역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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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종로구 부암동은 오래된 동네답게 특유의 분위기와 기운이 느껴진다. 윤동주문학관이나 현진건 집터, 환기미술관 등 앞서간 예술가들의 흔적이 이어지고, 석파정, 창의문, 백사실계곡 등 자연과 오래 어우러진 풍경들이 그대로 자리한다. 윤동주 문학관 건너편의 ‘부암역(buam_station)‘은 바느질로 옷을 지어 부암역만의 고유한 이야기를 잇는다. 실재하는 정거장이나 역 이름은 아니지만, 부암동에 도착하면 부암역부터 통과해야 할 것 같다.
자투리 천과 재봉틀. 부암역을 얘기할 때 절대 빼놓을 수 없는 두 가지다. 자투리 천을 이어 모자, 가방, 마스크, 파우치 등 웬만한 소품을 만들어낸다. 소품만이 아니다. 조끼부터 원피스, 치마와 바지까지 안 되는 옷이 없다. 또 기존의 의류에 주머니를 달거나 패치를 붙이고, 천을 덧대거나 주름을 잡는 등 다양한 수선이나 리폼도 가능하다. 만들어진 제품은 구입할 수 있고 자기가 가지고 있는 옷을 리폼 의뢰도 할 수 있다. 그리고 또 하나, 재봉(틀) 클래스를 통해 재봉틀을 다룰 수 있고, 숙련도에 따라 원하는 패션을 완성하는 것도 어렵지 않다
누구나 머물다 갈 수 있는 부암역
오후 햇살을 그대로 투과시키는 유리 문을 열고 부암역에 들어선다. 햇살 덕분인지 역사 안은 밝고 따스하다. 한산한 공간이지만 눈과 손이 바빠지는 이유는 지금껏 보지 못한 색다른 물건들과 분위기 때문이다. 안쪽 공방에서는 드르륵드르륵, 재봉틀 소리가 배경음악처럼 들려오고 진열된 모자, 가방, 벽과 행거에 걸린 옷들은 어딘지 독특하고 색다르다. 같은 바지, 같은 원피스라도, 천과 천이 만나 저마다 다른 색과 질감으로 모두 다른 하나뿐인 스타일이다. 아방가르드하면서도 오브제 같기도 한 것이, 저마다의 작품성을 간직한다고나 할까.
공방이자 숍, 재봉 수업 클래스이자 코로나 이전에는 주기적인 플리마켓도 열리던 장터였던 부암역. 코로나 이후로 오히려 재봉 수업을 문의하는 사람들이 많아 클래스를 열었다. 재봉틀이 처음이어도 쉽게 배울 수 있고, 무엇보다 공방 한쪽 벽면 바닥부터 천장까지 쌓인 자투리 천을 무료로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마음에 드는 천을 골라 어울리는 소재와 패턴을 맞추고, 직접 재봉틀을 돌려 천을 잇고 마무리한다. 성취감과 희열뿐만 아니라, 업사이클링을 실천하는 주체가 된다.
조각조각 연결하고 맞추는 재미
부암역의 자투리 천은 창신동 봉제 거리에서 온다. 한국전쟁 이후 청계천과 동대문 일대에 의류 도매 산업이 시작되면서 인근 창신동에도 공장 노동자들과 생산 업체들이 모여들어 봉제 거리가 형성됐다. 900여 개 봉제 공장이 밀집한 봉제 거리에는 옷 패턴을 뜨고 남은 천들이 ‘어마어마하게’ 쌓여 그대로 버려진다. 부암역 이근혜 역장은 ‘그대로 버려지는 원단 자투리가 아까워’ 가져다 다시 쓰기 시작했는데, 그냥 쓰레기로 버려질 천이 부암역을 경유하면, 세상 하나뿐인 패션으로 변신하여 180도로 운명을 바꾼다.
주변의 관심과 반응은 뜨거웠다. 무엇보다, 버려지는 천을 다시 쓰는 일은 그 어떤 가치로도 대신할 수 없는, 부암역이기에 가능했던 가치 창출이었던 셈. 2020년 코로나 시국에는 주변 지인들과 함께 천 마스크를 만들어 필요한 곳에 제공했다. 지난해 9월 25일, ‘제1회 다시입다 파티’에도 참여, 재봉틀 리폼 워크숍을 진행했고 천 마스크와 주머니가 파티 툴킷에 담겼다.
부암역은 늘 열려있어 세대를 넘나들며 이야기가 모이는 공간이 된다. 재봉을 배우고 싶다는 20~30대의 관심이 꾸준히 늘고 있어 반갑고 기쁘다. 자투리 천으로 얼마나 환경을 도울 수 있을지는 아무도 모른다. 어쩌면 지극히 미약한 움직임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그다음, 미래 세대가 있다. 작은 움직임은 긴 발걸음으로 이어질 것이다. 이제 첫발을 떼었을 뿐이다.
미니 인터뷰: 이근혜 부암역장
Q: 부암역을 만들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
A: 처음엔 소통 공간으로 열었다. 예전부터 골목길 문화 해설사도하고 슬로푸드 모임도 하면서 이웃과 더불어 사는 일에 관심이 많았다. 먹거리를 만들어 나누고 필요한 모임을 열면서 자연스럽게 사람들이 모이게 됐다. 바느질은 은퇴 후에 귀촌하려고 배웠다. 귀촌해서도 할 수 있는 일이라 생각했고, ‘창신소통공작소’에서 재봉 과정을 수강했다, 당연히 봉제공장에서 나오는 엄청난 자투리 원단에 눈이 갔고, 멀쩡한 조각들이 다 버려진다니 많이 안타까웠다. 그때부터 자투리 천을 쓰기 시작했다.
Q: 자투리 천 사용의 장점이 있다면?
A: 큰 원단에서 옷의 본을 뜨고 잘려 나간 부분을 재사용하기 때문에 창의력이 안 생길 수가 없다. 색깔도 소재도 무늬도 다 다른데 이걸 어떻게 조합하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완성품이 되고, 이것저것 요리조리 맞추고 가늠해보는 재미가 있다. 천은 당연히 무료로 사용한다. 수강생들은 얼마든지 시행착오를 거쳐도 된다는 뜻이다. 천을 고르고 연결하고, 다 자신이 하고 싶은 대로 할 수 있다.
Q: 보람을 느낄 때는 언제인가?
A: 부암역의 마니아층이 있다. 패션센스가 있거나 의미 있는 실천을 해보고자 하는 분들이 우리 옷을 좋아한다. 개성도 있지만 입으면 편하다. 입어보고 그대로 입고 나가는 손님들도 있다. 버리는 일이 아닌 살리는 일에 손을 보탤 수 있어 재미있고 보람되다. 업사이클링, 제로웨이스트 이슈에 대한 의식들도 많이 바뀐 것을 느낀다. 버려진 천이라는 것보다는, 그 자체로 새롭고 독창적인 완성품이라는 것에 더 의미를 두는 것 같다.
Q: 부암역의 계획은?
A: 지금은 코로나 때문에 조금 어렵지만, 좀 더 열린 공간으로 만들고자 한다. 클래스가 활성화되어 천이 좀 더 많이 쓰이면 좋겠고. 공방에 와서 직접 해보면 환경에 대해 다른 시각을 갖게 된다. 여기서 배우고 가신 분들이 자기 동네로 돌아가 그 지역 사람들의 생각을 바꾸게 할 수도 있고 비슷한 공간을 꾸릴 수도 있지 않나. 나 혼자라도 한 번 해봐야지, 하는 마음들이 늘어나고 공간이 확장되는 것이다. 그렇게 환경이나 쓰레기 문제를 한 번쯤 다시 보게 되는 역할을 부암역(buam_station)에서 할 수 있다면 만족한다.
고장 난 우산이 부암 역장님의 손길을 거쳐 세상에서 하나뿐인 유니크한 가방으로 변신했다
https://youtu.be/WEkpvWM62
부암역: 인스타그램 @buam_station
스마트스토어: m.smartstore.naver.com/buam_sta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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