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가능 패션][Shop Secondhand Clothes] Ⅳ. 열린옷장

관리자
2021-0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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옷장이 살아있다

열린 옷장 앞에 서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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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힘껏 열 수 있는 '열린옷장'


사회에 먼저 진출한 선배로서, 이제 막 세상을 향해 발걸음을 내딛는 후배들에게 어떤 도움을 줄 수 있을까. 취업 당락을 해결해 줄 순 없지만 면접 때 필요한 정장 한 벌이라면 할 수 있지 않을까. 열린 옷장은 ’정장‘이 필요한 누구나 힘껏 열 수 있다. 옷장을 열면, 재킷부터 셔츠와 블라우스, 치마, 바지, 코트까지 모두 3천여 벌의 옷이 종류별로 걸려있다. 이게 끝이 아니다. 구두, 타이, 가방, 벨트까지 완벽한 정장 옷차림이 가능하다. 9년을 다져 응축된 노하우와 경험이 꽉 들어찬 옷장이다.


2011년, 김소령 대표 등 창립 멤버 3인은 각자 옷장 속에 있는 안 입는 옷들을 모아 10벌의 옷으로 옷장 문을 열었다. 모두 오랜 직장 생활 중에 면접 보러 오는 취업 준비생들을 지켜보며 그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고 싶은 마음으로 이 일을 시작했다. 먼 데서 온 친구들은 회사 근처 찜질방 같은 데서 자고 아침 일찍 면접에 오는데, 선배들이 좀 챙겨줄 수 있는 부분이 있으면 좋겠다고 의견을 모았다.


분명하고 순전한 취지 때문이었을까. 같은 마음을 가진 '사회 선배들'은 흔쾌히 옷을 기증했다. '열린옷장'은 모두 기증받은 옷들로 채워지고 대여된다. 9년여 시간 동안 15만 명이 이용했고 이용객 수는 해마다 늘어 올 한 해 2만 명이 옷장 문을 열고 닫았다.



'열린옷장'의 가장 큰 특징은 ’정장‘만 취급한다는 것. 초심을 잃지 않고 지켜온 덕분에 옷들은 한눈에 보기에도 깨끗하고 흐트러짐 없이 딱 떨어지는 핏이 살아있다. 빌려 입는 옷이라 해서 어디 한군데 흠결이 없다는 것도 큰 장점. 이를 위해 애초 기증 단계부터 '깐깐하게 기증받고 투명하게 알리는' 열린옷장의 마인드를 고수한다. 입사 면접, 졸업과 입학식, 상견례, 사진 촬영과 각종 하객까지, 소중한 자리에 최상의 모습과 차림새를 갖추고 싶은 순간을 최대한 지켜주고 응원을 전하는 것이 '열린옷장'의 목적이기 때문이다.


그런 까닭에 기증자에게도 ’버려지는 의류 재활용‘이 아닌 ’고르고 또 골라서 좋은 옷만‘ 기증해 달라고 조건을 내건다. 누군가의 결정적 순간을 함께 할 날개 같은 옷임을 공감하기에 기증자들 또한 바로 그 순간에 자신이 입었던 옷들을 기증한다. '누구나 멋질 권리가 있다'라는 '열린옷장'의 슬로건이 깊게 와닿는 이유이다. '열린옷장' 앞에 서면 중요한 순간에 꼭 들어맞는 완벽한 변신을 할 수 있는 것이다. 마치 원더우먼이나 슈퍼맨처럼.



기증자와 대여자가 정장으로 나누는 이야기가 '열린옷장'의 두 번째 특별함이다. 기증자가 내놓는 옷에 담긴 경험과 응원, 대여자의 꿈을 향한 설렘과 고마운 마음들이 고스란히 손편지에 담겨 전해진다. 서로가 서로를 읽고 그 마음을 주고받는다. 지금까지 4,246개의 기증 이야기와 17,113개의 대여 이야기가 쌓였다. 지금 이 순간에도 소리 없이 이야기들이 쌓이고 있다. 


저마다의 사연이지만 하나로 모아지는 공통점이 있는데 바로, '좋은 기운'이 담긴 옷들이 다시 기운을 발휘하기를 바라는 마음들이다. 김소령 대표는 퇴근하기 전, 그날 들어온 손편지들을 하나하나 읽으며 하루를 마무리한다고. 편지를 읽다 보면 어느새 피로를 잊게 되고 다시 내일을 열 수 있는 따뜻한 위로를 오히려 받게 된다고 말했다. '열린옷장'과 한번 인연을 맺으면 생의 굵직한 분기점마다 활짝 열린 옷장 앞에 서게 된다. 대여했던 경험이 기증으로 연결되고 그것은 더욱 든든한 선순환을 잇는다. (이야기 옷장- https://story.theopencloset.net/)


누구나 읽고 공감할 수 있는 열린옷장의 ’이야기 옷장‘을 들여다보고 있자니, 결국 사람을 살게 하는 것은 돈이나 재물이 아닌 사람의 마음이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열린옷장의 옷들이 정갈하고 반듯하게, 마치 살아있는 것처럼 느껴지는 이유는 아마도, 입었던 사람과 입는 사람의 마음이 온전히 포개져 이야기가 뻗어나가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기증과 대여는 이렇게

기증

기증 신청서를 작성하면 옷을 담을 수 있는 기증 상자와 안내 리플릿, 감사 선물이 담긴 기증 키트를 기증자 자택으로 발송한다(https://donation.theopencloset.net/guide1). 기증 키트에 동봉한 ’나의 기증 이야기‘ 편지지에 옷에 담긴 사연을 적어 옷과 함께 발송하면 된다. 이런 과정이 번거롭다면 직접 매장에 방문하여 기증할 수도 있고, 익명 기증을 원하면 직접 옷을 담아 착불로 보내도 된다.

(문의:02-6929-1029/ 서울특별시 광진구 아차산로 213 웅진빌딩 403호)


대여

홈페이지에서 방문 시간을 예약하고(https://theopencloset.net/reservation/) 열린옷장 방문, 치수를 측정한 뒤 원하는 옷을 선택할 수 있다. 옷을 대여해 갈 때 기증자 이름을 알 수 있으며, ’나의 정장 대여 이야기‘를 기증자 앞으로 쓰면 된다. 3박 4일 내에 방문 반납해야 하며 저녁 9시 전까지 무인 반납함에 넣으면 끝. 


옷은 누구나 대여할 수 있지만, 주소지가 서울이고 34세 미만이라면 1년에 열 벌까지 무료 대여가 가능하다 (https://theopencloset.net/seoul_jobwings 서울시와 열린옷장이 함께하는 취업 날개 서비스). 


그 외의 경우라면 대여료를 낸다. 재킷과 팬츠는 10,000원/ 셔츠와 블라우스는 5,000원/ 구두 5,000원/ 가방 5,000원/ 타이 2,000원/ 벨트 2,000원이다. 기본 3박 4일 금액이며 하루 연장하면 20% 추가 비용이 든다. 3회 이상 대여한 경우 30% 할인 혜택이 있다.



미니 인터뷰: 김소령 열린옷장 대표


Q: 기증자나 대여자 모두 만족도가 높은 옷장인 것 같습니다.

A: 옷이 매개이다 보니 까다롭게 기증받고 철저하게 관리합니다. 안 보이는 곳에 아무리 작은 흠이 있다 해도 우리 눈에나 안 보이는 거지, 입는 사람에겐 다 보이거든요. 이런 부분을 완벽하게 해야 이용자의 만족도가 높고, 만족도가 높아야 이용자 수도 늘 수 있습니다. 열린 옷장을 여닫는 사람들이 많아져야 불필요한 소비가 줄고 자원이 순환하는 거니까. 원단도 좋고 아까운 옷들이 많지만 과감하게 가려낼 건 가려냅니다.


Q: 옷들이 하나같이 깨끗하고 사이즈도 다양한데요. 

A: 셔츠나 블라우스는 직접 세탁하고 다림질까지 직접 작업합니다. 정장이다 보니 스타일러로 1차 관리를 하고 드라이클리닝은 업체에 맡기고요. 

여성 재킷은 44부터 130, 블라우스는 44부터 120까지, 바지는 허리 40인치까지 있어요. 남성은 키 160cm부터 190cm까지 바지 길이나 소매 길이가 가능하고, 셔츠는 130까지, 바지는 허리 50인치까지 선택할 수 있어요. 시중에서 쉽게 살 수 없는 빅 사이즈 셔츠와 블라우스는 자체 제작도 합니다. 사이즈가 없어서 못 빌리는 경우가 최대한 없도록 하고 있죠. 


Q: 10여 년 동안 이용자들의 의식이나 인식 변화가 느껴지는지?

A: 처음 이 일을 시작할 때 여러 가지를 조사를 했어요. 2011년 기준인데, 면접 때문에 정장 한 벌을 구입하는 비용이 평균 357,000원이더군요. 근데 그렇게 산 옷을 1년에 2~3회 입는다고 해요. 그리고 평균 면접 시간은 22분, 그러니까 1년에 한 시간 남짓을 위해 40만 원이 소비되는 겁니다. 사업 초기에는 우리 옷장을 이용하는 젊은 친구들이 참 많이 열려있고 깨어있다고 생각했어요. 10년 전만 해도 입었던 옷을 빌려 입는 일이 쉬운 일은 아니었으니까요. 하지만 지금은 일상적이고 자연스러운 일이 된 걸 느껴요. 거부감 같은 거 당연히 없고 시각 자체가 달라진 것 같아요. 몇 번 입지도 않을 옷에 거액을 쓰는 것은 비합리적이다고 보는 거죠. 정장을 꼭 사지 않고도 얼마든지 빌려 입을 수 있고, 오히려 더 잘 갖춰 입을 수 있다고 여기는 것 같아요.

Q: '정장'이라는 옷의 특성상 보람된 순간도 많을 것 같은데요.

A: 면접 보고 합격했다는 소식들이 아무래도 가장 반갑고 뿌듯합니다. 요즘같이 어려운 시대에 도움이 되었다는 것도 새삼 고맙고 기쁘고요. 대여자가 다시 기증자로 변화해 가는 것도 긍정적인 흐름이죠. 누구보다 대여할 때의 간절한 마음을 잘 아니까, 좋은 옷만큼 응원이나 긍정 메시지같이 좋은 기운을 전하는 마음들이 느껴지죠. 


Q: 대여 수익금을 다시 청년을 위해 쓰신다고요.

A: 애초 시작부터가 선배로서 후배들에게 도움이 되고 싶은 마음이었어요. '십시일밥'이라고 식권 나누는 대학생 봉사 단체에 매달 100만 원씩 기부하고 있고요. ‘내공식탁’이라고 해서 기증자들이 경험한 업무 이야기를 듣는 시간을 마련하고 있습니다. 청년들(대여자)의 참여 신청을 받아서 기증자와 함께 식사하는 데 식비를 제공하는 거죠. 지금은 온라인으로 하고 있지만, 자신이 지원하거나 가고 싶은 직종이나 업무 분야의 선배를 만나는 자리라고 보면 됩니다. 이 밖에도 '열린 사진관'을 이용하면 이력서 사진을 5천 원에 찍을 수 있고, 사회 초년생들을 위한 무료 법률 상담도 매달 진행하고 있습니다. 


Q: 지속 가능하고 순환이 가능한 열린옷장을 위한 계획은?

A: 양질의 옷을 갖추는 것이 지속 가능성의 첫 번째 조건입니다. 어쩌면 당연한 거죠. 옷이 좋고 예쁘고 해야 사지 않고 자꾸 빌려 입게 되겠죠. 그러다가 옆 사람한테도 사지 말고 빌려 입으라고 권유도 할 테고요. 기증받았는데 옷장에 걸리지 못하는 옷들은 따로 모아서 다른 곳에 기부합니다. 열린 옷장에만 걸리지 못할 뿐이죠. 비영리 기부 단체 '옷캔'에 기부하고 업사이클링 업체에도 보내고요. 버리는 걸 최대한 줄이려고 합니다. 






  기증자님부터 제가 입기까지 수많은 취준생분의 앞날에 꽃길이 펼쳐졌길 진심으로 바라봅니다. 기증자님의 세상 모든 취준생 기죽지 말고 힘냈으면 하는 마음, 이전의 대여자분들의 '취업의 간절한 마음' 덕분이었을까요. 마치 날개를 단 것처럼, 그 응원을 한껏 장착하고 더욱 힘을 내서 면접에 응할 수 있었습니다. 

  기증자님의 따뜻한 마음 이어받아 깨끗이 소중히 입고, 또 저의 응원을 가득 담아 다음 대여자님께 전달되었으면 합니다. '나 역시도 취준생이었기에' 더 잘 공감하고 이해하는 마음. 너무나 위로받고 갑니다.

 이 세상 취준생들 모두 한마음으로 파이팅입니다.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2020년 4월 29일 대여자 이00 





  이번 정장 대여는 졸업사진 촬영을 위해 빌린 것이었는데, 덕분에 소중한 추억을 남긴 것 같아 정말 감사드립니다.

 하반기 공채 지원으로 정신없는 요즘, 기증자님의 응원 메시지를 보고 많은 힘을 얻었습니다. 그리고, 드디어 오늘 졸업사진 촬영을 하고 돌아오는 길에 기증자님께서 재직 중인 기업으로부터 서류 합격 소식을 받았습니다. 선배님을 입사하도록 해준 고마운 옷을 통해 행운이 저에게도 흘러들어온 것 같습니다.

 앞으로 남은 전형도 하나하나 헤쳐나가 직장에서 선후배로 만나 뵙게 되길 소망합니다:)

 감사합니다!!

 2020년 10월 13일 대여자 하00





  항공기 승무원으로 3년째 일하고 있는 윤00이라고 합니다. 길다면 길고, 짧다고 하면 짧을 수 있는 약 9개월 동안 취업을 준비하며 많이 울고, 또 많이 웃었습니다. 

 이 옷들은 제가 면접을 준비하고, 또 면접을 보고, 유니폼과 윙을 받을 때까지 입었던 것들입니다. 취준생분들도 이 옷을 입고 행복하게 웃을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현재 코로나바이러스로 항공업계, 관광업계 등 모든 업계가 힘든 시기입니다. 하지 만 언젠가는 바이러스를 이겨내고 또 행복하게 사회생활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좋아하는 기장님이 해주신 말씀을 마지막으로 적으며 이 편지를 마칩니다. "오늘도 선 이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며 묵묵히 힘든 시기를 이겨내겠습니다."


2020년 1월 11일 기증자 윤00




 

  정장을 기증하면서 제 취업 준비시절을 떠올려 보았습니다. 저는 당시 부족한 게 정말 많은 사람이었습니다. 많은 나이에, 좋은 대학교를 나오지도 못했고, 공백기도 길어서 취업 기간 내내 두려움에 떨어야 했습니다. 필기시험도 정말 많이 보았는데 합격한 후에 다시 세어보니 50번도 넘었더라고요. 시간이 지날수록 주변에서 들려오는 부정적인 이야기에 마음이 쓰였고 사람들의 말에 매일 마음이 무너져내렸습니다.


  아마도 취업 준비를 하면서 가장 힘든 건 이 긴 터널이 언제 끝나는지, 과연 끝나는 것인지 기약이 없다는 사실과 자기 자신을 계속해서 의심하게 된다는 것이 아닐까 해요.

 지금이라도 그만둘까 내가 엉뚱한 길을 가고 있나 끝없는 의문에 괴로워할 즈음 어느 순간 정말 기적처럼 노력이 빛을 발하는 순간이 오더라고요. 그 순간 필기시험에 계속 합격해서 이 정장을 입고 면접도 여러 군데 보러 다녔고, 그중에서 저에게 가장 맞는 공기업에 입사하게 되었습니다.

  제가 정말 하고 싶은 말은 다른 사람들의 의미 없는 말들은 하나도 중요하지 않다는 거예요. 그리고 하루하루 최선을 다하다 보면 어느 순간 목표에 도착해 있을 거예요. 지금은 너무 힘들고 지치더라도 시간이 지나면 분명히 그 순간들이 필요했다는 걸 알게 되실 거라고 생각해요. 본인을 믿고 아껴주세요. 무엇보다도 소중하고 빛나는 사람이라는 걸 잊지 마세요. 부디 좋은 결과 있으시길 바랍니다.


2020년 7월 1일 기증자, 당신을 응원하는 한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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