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시입다연구소의 핵심 가치는 '알림과 배움', '재미와 의미', '연대와 협력'이다. 그중 '연대와 협력'은 같은 가치를 지향하는 사람들을 만나고 서로 연결되는 것, ‘다시 입는 의생활’에 관심을 두고 실천하는 사람들과 함께하는 것이다. 한번 사면 오래 입고, 닳거나 구멍이 나면 덧대거나 메꿔서 입고, 무엇보다 패스트패션을 지양하며 내가 버린 옷들이 해결되지 못한 채 쓰레기로 쌓여만 가는 지구 한편을 늘 염두에 두는 사람들. 느슨히 연결된 이들이 각자의 자리에서 한 방향으로 움직일 때 한 사람의 열 걸음보다 귀한 열 사람의 한 걸음으로 큰 울림을 낸다.
‘죽음의 바느질 클럽?!’ 사람들 찾느라 웹서핑에 허우적대던 어느 날, 한눈에 봐도 범상치 않은 기운이 느껴지면서도 뭔가 훅 들어와 꽂히는 네이밍에 손끝이 빨라졌다. 인스타그램 계정은 한술 더 뜬다. @da_jojin_da 언더바를 호흡처럼 느끼며 조곤조곤 읽어보니... ’다_조진_다‘. 죽자고 바느질만 하잔 건가, 바느질로 유명을 달리한단 얘긴가. 피드를 훑다 보니 ’치앙마이 정신‘ 이니 ’치앙마이 바느질‘이니, 구미가 확 당겨 눈을 뗄 수가 없다.

죽음의 바느질 클럽(죽바클)은 ‘복태와 한군’ 두 사람이 운영하는데 한 땀 한 땀 손으로 바느질해서 옷을 지어 입는다. 2016년 치앙마이 여행을 하면서 바느질을 배우게 됐고, 한국에서는 생소한 엮는 기법(스네이크 본)이 소수민족 카렌족의 바느질법이라 치앙마이 바느질이라 작명 센스를 보탰다. 그렇다면 치앙마이 정신은? 치앙마이가 더운 나라다 보니 이들은 서두르지 않고 릴랙스가 주 모드인바, 바느질도 끝을 보는 게 아닌 자기가 할 수 있는 만큼, 한 땀 틀려도 ‘뭐 어때? 노빠꾸 직진~’하는 이들의 평정심에 이름 붙였다. 죽바클은 클래스를 열어 누구나 자기 옷을 지어 입게 하고, 또 자수와 바느질을 이용한 수선 클래스 ‘수선의 이로움, 자수의 즐거움’도 진행한다.
흥미로운 지점이 아직 남았다. 복태와 한군은 뮤지션으로 활동하다 결혼했고, 9월 말 발매되는 두 번째 정규 앨범 마무리 작업 중이다. 복태는 곡을 쓰고 노래하고, 한군은 기타를 연주하며 함께 공연한다. 음악과 바느질은 어떻게 연결될까. 그리고 이들은 어쩌다가, 치앙마이 바느질로, 알 만한 사람은 다 아는 ‘죽바클’을 전파하게 된 걸까. 피드를 닫고 이제 대면으로 만나볼 차례다.

Q. ‘죽음의 바느질 클럽’, 강렬한 이름이 인상적입니다. 어떤 뜻을 담고 있나요?
A. 치앙마이 여행에서 바느질을 배워와 옷을 만들어 입기 시작했어요. 근데 이걸 누구에게 가르치려고 했던 건 아닌데, 제 옷을 보고 주변에서 알고 싶다고 해서 워크숍을 열게 됐고요. 초창기 때 한 참가자분이 가방을 만들었는데 꼬박 일곱 시간이 걸렸어요. 일곱 시간 동안 일어나지 않고 바느질만 하다가 딱 일어나는 순간 ‘이거 완전 죽음의 바느질인데’라고 말씀하셔서 그 이름을 받아서 쓰게 되었죠.(복태)
Q. 이름만 들으면 엄청 어렵고 고통스러울 것 같아요. '죽바클' 바느질은 어려운가요?
A. 전혀요. 시작하자마자 ‘이렇게 쉬운 거야?’ 할 만큼 쉽답니다. 단지, 뭔가 새로 태어나는 것, 아무것도 아니었던 천에서 옷이나 가방이 나오고 생명을 잃었던 것들에 생명을 불어넣어 주는 바느질이, 생과 사를 은유할 만큼 중요하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어요. 또, 옷 한 벌이 완성되기까지는 그만큼 수행하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걸 느끼고 겁도 좀 먹으시라고 이름 붙였지요.(복태)
취미를 하나 더 늘리는 게 아니라, 삶의 태도로써 바느질을 배웠으
Q ‘죽음의 바느질 클럽’, 강렬한 이름이 인상적입니다. 어떤 뜻을 담고 있나요?
A 치앙마이 여행에서 바느질을 배워와 옷을 만들어 입기 시작했어요. 근데 이걸 누구에게 가르치려고 했던 건 아닌데, 제 옷을 보고 주변에서 알고 싶다고 해서 워크숍을 열게 됐고요. 초창기 때 한 참가자분이 가방을 만들었는데 꼬박 일곱 시간이 걸렸어요. 일곱 시간 동안 일어나지 않고 바느질만 하다가 딱 일어나는 순간 ‘이거 완전 죽음의 바느질인데’라고 말씀하셔서 그 이름을 받아서 쓰게 되었죠.(복태)
Q. 이름만 들으면 엄청 어렵고 고통스러울 것 같아요. '죽바클' 바느질은 어려운가요?
A. 전혀요. 시작하자마자 ‘이렇게 쉬운 거야?’ 할 만큼 쉽답니다. 단지, 뭔가 새로 태어나는 것, 아무것도 아니었던 천에서 옷이나 가방이 나오고 생명을 잃었던 것들에 생명을 불어넣어 주는 바느질이, 생과 사를 은유할 만큼 중요하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어요. 또, 옷 한 벌이 완성되기까지는 그만큼 수행하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걸 느끼고 겁도 좀 먹으시라고 이름 붙였지요.(복태)
취미를 하나 더 늘리는 게 아니라, 삶의 태도로써 바느질을 배웠으면!
Q. 2017년부터 클래스를 열기 시작해서 지금까지 벌써 5년째 이어오고 있는데, 참가자들의 반응은 어떤가요?
A. 지금까지 온라인, 오프라인 클래스 모두 합쳐서 700여 명이 저희를 거쳐 갔고요. 처음엔 원피스만 만들었는데 한번 오신 분들이 다음도 또 하고 싶어해서 로브, 바지, 아우터... 지금 일곱 개 클래스가 있어요. 바느질을 이제 자기 삶으로 가져간 분들이 엄청 많아요. 사 입는 게 아니라 직접 만들면서 그 시간을 자신의 일상으로 즐기는 거죠. 치앙마이 바느질이 하나의 라이프 스타일의 줄기가 된다는 것이 보람되죠.(한군)

이케아 이불을 재활용한 로브(왼쪽) 겨울용 누빔 재킷(오른쪽), 모두 치앙마이 바느질로 만들었다.
Q. 옷을 만들어 입으면 새 옷을 잘 안 사게 되나요?
A. 옷을 만든다는 건 기본적으로 옷을 좋아하는 거죠. 새 옷을 전혀 안 살 수는 없지요. 나한테 맞는 옷이라면 사고 싶은데 기성복에서 찾기는 쉽지 않아요. 스파 브랜드는 거의 안 사고요. 그래서 옷을 만드는 것이 저한테는 신세계였죠. 제가 직접 만드는 작업이 사는 것보다 좋아요. 더 예쁘고요. 로브도 어떻게 만들게 됐냐면, 무인양품의 로브가 너무 마음에 들어서 살까? 했는데, 한군이 옆에서 죽바클 클럽장이 옷을 사서야 되겠냐면서 이 정도는 충분히 만든다, 만들자. 해서 로브 수업도 열게 된 거죠.(복태+한군)
Q. 한군 님이 자수를 배워서 수선 클래스를 진행한다니 흥미로워요.
A. 2019년에 치앙마이 바느질 스승님한테 자수를 배웠어요. 자수 바느질이 자연스럽게 수선으로 연결되었고요. 돌이켜보면 어릴 때부터 고쳐 쓰는 걸 좋아했어요. 좋아하던 헤드폰은 다섯 번씩 고치기도 했고 기타 케이스 손잡이가 끊어진 걸 다시 손봐서 지금도 들고 다녀요. 예전에는 동네마다 전파사가 있어서 웬만하면 고쳐 썼는데 요즘은 그렇지 않아서 아쉽죠. 진행하는 클래스는 구멍 난 옷이나 양말을 가져오면서 수선의 감각을 키워보는 수업입니다. 장롱을 열고 수선의 관점으로 옷을 바라보는 시각을 가진다고 할까요? 그것만으로도 큰 행동의 시작입니다. 옷장을 열고 뭘 입지? 가 아닌 뭘 고쳐보지? 새로운 질문으로 옷을 바라보게 되는 거죠. 자수 바느질 역시 전혀 어렵지 않아요.(한군)

Q. 2017년부터 클래스를 열기 시작해서 지금까지 벌써 5년째 이어오고 있는데, 참가자들의 반응은 어떤가요?
A. 지금까지 온라인, 오프라인 클래스 모두 합쳐서 700여 명이 저희를 거쳐갔고요. 처음엔 원피스만 만들었는데 한번 오신 분들이 다음도 또 하고 싶어 해서 로브, 바지, 아우터... 지금 일곱 개 클래스가 있어요. 바느질을 이제 자기 삶으로 가져간 분들이 엄청 많아요. 사 입는 게 아니라 직접 만들면서 그 시간을 자신의 일상으로 즐기는 거죠. 치앙마이 바느질이 하나의 라이프 스타일의 줄기가 된다는 것이 보람되죠.(한군)
Q. 아이들은 엄마 아빠를 보면서 어떤 얘기를 하나요?(그렇다, 복태와 한군은 3남매를 두었다. 큰아이가 11살이다.)
A. 아이가 학교에 갔는데, 친구가 아이 바지를 예쁘다고 했대요. ‘우리 아빠가 만들어 준 거다’라고 했더니 친구가, ‘아빠가 바지를 만들어줘?’ 묻더래요. 그래서 ‘응, 너네 아빠는 안 만들어주니?’ 했다고 해요. 아이들은 옷이 찢어지고 구멍이 나면 ‘아 어떡해’가 아니라 ‘괜찮아, 아빠가 고치면 되지’ 하고 식탁에 올려놓고 가요. 친구들 구멍 난 바지나 양말을 갖고 오기도 하고요. 한 번은 방과 후 선생님이 양말에 구멍이 났더래요. 저희 아이가 그걸 보고는 ‘선생님한테 저걸 벗어 달래서 엄마 아빠한테 갖고 가고 싶은데 어떻게 벗으라고 말하지?’ 고민했대요.(복태)

Q. 복태와 한군의 음악엔 어떤 이야기가 담기나요?
A. 마음이 힘들었을 때 음악을 시작했는데 음악이 엄청난 위로와 힘을 줬어요. 그렇게 제 음악도 누군가에게 위로가 되면 좋겠다 하는 마음을 담아요. 내 노래가 쉼이 되었으면 좋겠고 그 작업이 즐겁기 때문에 계속하는 거죠. 바느질도 쉼이에요. 음악도 바느질도 관통하는 어떤 태도가 있는 것 같아요. 남에게 해가 되지 않고 꾸밈없는 진정성으로 하고 싶거든요.(복태)
Q. 음악과 바느질이 그렇게 연결된다니 멋진 작업입니다.
A. 바느질이야말로 진정성과 정직함 그 자체죠. 내가 한 만큼 땀이 늘고 그렇게 완성되니까. 급하다고 땀을 건너뛸 수도 없어요. 정직하게 한 땀 한 땀 나갑니다. 그리고 이 바느질이 정말 쉬워요. 저희 노래도 되게 쉽거든요. '나도 이렇게 만들었는데 너도 할 수 있어', 이걸 계속 말하는 거죠.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을 각자 재미있게 하는 것. 환경도 마찬가지 아닐까요? 결코 어려운 일이 아니고,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데에서 시작하기. 그렇지 않나요?(한군)



Q. 앞으로의 계획이 너무너무 궁금합니다.
A: 2020년 이후로 치앙마이를 못 갔는데, 올 12월부터 내년 2월까지 치앙마이에 갈 계획이에요. 지금까지 수업으로 쌓인 네트워크가 있는데 그분들이 치앙마이에 가서 바느질을 하고 싶어 해요. 그래서 바느질 여행단을 꾸려볼 계획입니다. 스승님 만나서 치앙마이 정신도 다지고, 카렌족도 만나고요. 3~4일 앉아서 바느질만 하는 거죠. 현지의 햇살이나 바람, 공기와 분위기까지 함께 느끼면서 바느질하고 맛있는 현지식도 먹고요. 그리고 한군의 바느질을 좀 더 확장할 계획이에요. 곧 음반이 나오니까 올해는 음반에 집중하고, 내년부터 바느질 사업을 좀 더 키우고 싶은 마음이죠. 겨울에 치앙마이에 가서 좀 더 다지고 영상도 잘 찍고 해서 탄탄한 조직을 준비하고 싶어요.(복태+한군)
환경 이슈가 어렵고 무거운 건 사실이지만 접근 자체를 '내가 있는 자리에서 찾는다면 즐겁게 할 수 있는 것 아니겠냐’며 한군은 '옷을 버리지 말고 수선부터 해서 입자'고 말했다. 복태 역시, ‘옷을 짓는 행위를 취미로만 여기지 않았으면 좋겠다'라며, '취미를 늘리기 위해 바느질 기술을 배우는 게 아니라, 옷을 덜 사겠다는 마음과 실천, 이 세상을 살아가는 에티튜드로써 바느질을 배웠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음악과 바느질이 어떻게 연결되냐고? 음표 하나가 선율을 만들고 바느질 한 땀이 옷 한 벌을 만든다. 노래와 악기는 조화를 이뤄야 하고 바느질 역시 튀지 않게 옷감에 스며들어야 한다. 복태와 한군도 이 세상에 소리 내듯 스며들듯 조화롭다.
인터뷰, 글: 최윤희

죽음의 바느질 클럽 : https://www.instagram.com/da_jojin_d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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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입다연구소의 핵심 가치는 '알림과 배움', '재미와 의미', '연대와 협력'이다. 그중 '연대와 협력'은 같은 가치를 지향하는 사람들을 만나고 서로 연결되는 것, ‘다시 입는 의생활’에 관심을 두고 실천하는 사람들과 함께하는 것이다. 한번 사면 오래 입고, 닳거나 구멍이 나면 덧대거나 메꿔서 입고, 무엇보다 패스트패션을 지양하며 내가 버린 옷들이 해결되지 못한 채 쓰레기로 쌓여만 가는 지구 한편을 늘 염두에 두는 사람들. 느슨히 연결된 이들이 각자의 자리에서 한 방향으로 움직일 때 한 사람의 열 걸음보다 귀한 열 사람의 한 걸음으로 큰 울림을 낸다.
‘죽음의 바느질 클럽?!’ 사람들 찾느라 웹서핑에 허우적대던 어느 날, 한눈에 봐도 범상치 않은 기운이 느껴지면서도 뭔가 훅 들어와 꽂히는 네이밍에 손끝이 빨라졌다. 인스타그램 계정은 한술 더 뜬다. @da_jojin_da 언더바를 호흡처럼 느끼며 조곤조곤 읽어보니... ’다_조진_다‘. 죽자고 바느질만 하잔 건가, 바느질로 유명을 달리한단 얘긴가. 피드를 훑다 보니 ’치앙마이 정신‘ 이니 ’치앙마이 바느질‘이니, 구미가 확 당겨 눈을 뗄 수가 없다.
죽음의 바느질 클럽(죽바클)은 ‘복태와 한군’ 두 사람이 운영하는데 한 땀 한 땀 손으로 바느질해서 옷을 지어 입는다. 2016년 치앙마이 여행을 하면서 바느질을 배우게 됐고, 한국에서는 생소한 엮는 기법(스네이크 본)이 소수민족 카렌족의 바느질법이라 치앙마이 바느질이라 작명 센스를 보탰다. 그렇다면 치앙마이 정신은? 치앙마이가 더운 나라다 보니 이들은 서두르지 않고 릴랙스가 주 모드인바, 바느질도 끝을 보는 게 아닌 자기가 할 수 있는 만큼, 한 땀 틀려도 ‘뭐 어때? 노빠꾸 직진~’하는 이들의 평정심에 이름 붙였다. 죽바클은 클래스를 열어 누구나 자기 옷을 지어 입게 하고, 또 자수와 바느질을 이용한 수선 클래스 ‘수선의 이로움, 자수의 즐거움’도 진행한다.
흥미로운 지점이 아직 남았다. 복태와 한군은 뮤지션으로 활동하다 결혼했고, 9월 말 발매되는 두 번째 정규 앨범 마무리 작업 중이다. 복태는 곡을 쓰고 노래하고, 한군은 기타를 연주하며 함께 공연한다. 음악과 바느질은 어떻게 연결될까. 그리고 이들은 어쩌다가, 치앙마이 바느질로, 알 만한 사람은 다 아는 ‘죽바클’을 전파하게 된 걸까. 피드를 닫고 이제 대면으로 만나볼 차례다.
Q. ‘죽음의 바느질 클럽’, 강렬한 이름이 인상적입니다. 어떤 뜻을 담고 있나요?
A. 치앙마이 여행에서 바느질을 배워와 옷을 만들어 입기 시작했어요. 근데 이걸 누구에게 가르치려고 했던 건 아닌데, 제 옷을 보고 주변에서 알고 싶다고 해서 워크숍을 열게 됐고요. 초창기 때 한 참가자분이 가방을 만들었는데 꼬박 일곱 시간이 걸렸어요. 일곱 시간 동안 일어나지 않고 바느질만 하다가 딱 일어나는 순간 ‘이거 완전 죽음의 바느질인데’라고 말씀하셔서 그 이름을 받아서 쓰게 되었죠.(복태)
Q. 이름만 들으면 엄청 어렵고 고통스러울 것 같아요. '죽바클' 바느질은 어려운가요?
A. 전혀요. 시작하자마자 ‘이렇게 쉬운 거야?’ 할 만큼 쉽답니다. 단지, 뭔가 새로 태어나는 것, 아무것도 아니었던 천에서 옷이나 가방이 나오고 생명을 잃었던 것들에 생명을 불어넣어 주는 바느질이, 생과 사를 은유할 만큼 중요하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어요. 또, 옷 한 벌이 완성되기까지는 그만큼 수행하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걸 느끼고 겁도 좀 먹으시라고 이름 붙였지요.(복태)
Q ‘죽음의 바느질 클럽’, 강렬한 이름이 인상적입니다. 어떤 뜻을 담고 있나요?
A 치앙마이 여행에서 바느질을 배워와 옷을 만들어 입기 시작했어요. 근데 이걸 누구에게 가르치려고 했던 건 아닌데, 제 옷을 보고 주변에서 알고 싶다고 해서 워크숍을 열게 됐고요. 초창기 때 한 참가자분이 가방을 만들었는데 꼬박 일곱 시간이 걸렸어요. 일곱 시간 동안 일어나지 않고 바느질만 하다가 딱 일어나는 순간 ‘이거 완전 죽음의 바느질인데’라고 말씀하셔서 그 이름을 받아서 쓰게 되었죠.(복태)
Q. 이름만 들으면 엄청 어렵고 고통스러울 것 같아요. '죽바클' 바느질은 어려운가요?
A. 전혀요. 시작하자마자 ‘이렇게 쉬운 거야?’ 할 만큼 쉽답니다. 단지, 뭔가 새로 태어나는 것, 아무것도 아니었던 천에서 옷이나 가방이 나오고 생명을 잃었던 것들에 생명을 불어넣어 주는 바느질이, 생과 사를 은유할 만큼 중요하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어요. 또, 옷 한 벌이 완성되기까지는 그만큼 수행하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걸 느끼고 겁도 좀 먹으시라고 이름 붙였지요.(복태)
Q. 2017년부터 클래스를 열기 시작해서 지금까지 벌써 5년째 이어오고 있는데, 참가자들의 반응은 어떤가요?
A. 지금까지 온라인, 오프라인 클래스 모두 합쳐서 700여 명이 저희를 거쳐 갔고요. 처음엔 원피스만 만들었는데 한번 오신 분들이 다음도 또 하고 싶어해서 로브, 바지, 아우터... 지금 일곱 개 클래스가 있어요. 바느질을 이제 자기 삶으로 가져간 분들이 엄청 많아요. 사 입는 게 아니라 직접 만들면서 그 시간을 자신의 일상으로 즐기는 거죠. 치앙마이 바느질이 하나의 라이프 스타일의 줄기가 된다는 것이 보람되죠.(한군)
이케아 이불을 재활용한 로브(왼쪽) 겨울용 누빔 재킷(오른쪽), 모두 치앙마이 바느질로 만들었다.
Q. 옷을 만들어 입으면 새 옷을 잘 안 사게 되나요?
A. 옷을 만든다는 건 기본적으로 옷을 좋아하는 거죠. 새 옷을 전혀 안 살 수는 없지요. 나한테 맞는 옷이라면 사고 싶은데 기성복에서 찾기는 쉽지 않아요. 스파 브랜드는 거의 안 사고요. 그래서 옷을 만드는 것이 저한테는 신세계였죠. 제가 직접 만드는 작업이 사는 것보다 좋아요. 더 예쁘고요. 로브도 어떻게 만들게 됐냐면, 무인양품의 로브가 너무 마음에 들어서 살까? 했는데, 한군이 옆에서 죽바클 클럽장이 옷을 사서야 되겠냐면서 이 정도는 충분히 만든다, 만들자. 해서 로브 수업도 열게 된 거죠.(복태+한군)
Q. 한군 님이 자수를 배워서 수선 클래스를 진행한다니 흥미로워요.
A. 2019년에 치앙마이 바느질 스승님한테 자수를 배웠어요. 자수 바느질이 자연스럽게 수선으로 연결되었고요. 돌이켜보면 어릴 때부터 고쳐 쓰는 걸 좋아했어요. 좋아하던 헤드폰은 다섯 번씩 고치기도 했고 기타 케이스 손잡이가 끊어진 걸 다시 손봐서 지금도 들고 다녀요. 예전에는 동네마다 전파사가 있어서 웬만하면 고쳐 썼는데 요즘은 그렇지 않아서 아쉽죠. 진행하는 클래스는 구멍 난 옷이나 양말을 가져오면서 수선의 감각을 키워보는 수업입니다. 장롱을 열고 수선의 관점으로 옷을 바라보는 시각을 가진다고 할까요? 그것만으로도 큰 행동의 시작입니다. 옷장을 열고 뭘 입지? 가 아닌 뭘 고쳐보지? 새로운 질문으로 옷을 바라보게 되는 거죠. 자수 바느질 역시 전혀 어렵지 않아요.(한군)
Q. 2017년부터 클래스를 열기 시작해서 지금까지 벌써 5년째 이어오고 있는데, 참가자들의 반응은 어떤가요?
A. 지금까지 온라인, 오프라인 클래스 모두 합쳐서 700여 명이 저희를 거쳐갔고요. 처음엔 원피스만 만들었는데 한번 오신 분들이 다음도 또 하고 싶어 해서 로브, 바지, 아우터... 지금 일곱 개 클래스가 있어요. 바느질을 이제 자기 삶으로 가져간 분들이 엄청 많아요. 사 입는 게 아니라 직접 만들면서 그 시간을 자신의 일상으로 즐기는 거죠. 치앙마이 바느질이 하나의 라이프 스타일의 줄기가 된다는 것이 보람되죠.(한군)
Q. 아이들은 엄마 아빠를 보면서 어떤 얘기를 하나요?(그렇다, 복태와 한군은 3남매를 두었다. 큰아이가 11살이다.)
A. 아이가 학교에 갔는데, 친구가 아이 바지를 예쁘다고 했대요. ‘우리 아빠가 만들어 준 거다’라고 했더니 친구가, ‘아빠가 바지를 만들어줘?’ 묻더래요. 그래서 ‘응, 너네 아빠는 안 만들어주니?’ 했다고 해요. 아이들은 옷이 찢어지고 구멍이 나면 ‘아 어떡해’가 아니라 ‘괜찮아, 아빠가 고치면 되지’ 하고 식탁에 올려놓고 가요. 친구들 구멍 난 바지나 양말을 갖고 오기도 하고요. 한 번은 방과 후 선생님이 양말에 구멍이 났더래요. 저희 아이가 그걸 보고는 ‘선생님한테 저걸 벗어 달래서 엄마 아빠한테 갖고 가고 싶은데 어떻게 벗으라고 말하지?’ 고민했대요.(복태)
Q. 복태와 한군의 음악엔 어떤 이야기가 담기나요?
A. 마음이 힘들었을 때 음악을 시작했는데 음악이 엄청난 위로와 힘을 줬어요. 그렇게 제 음악도 누군가에게 위로가 되면 좋겠다 하는 마음을 담아요. 내 노래가 쉼이 되었으면 좋겠고 그 작업이 즐겁기 때문에 계속하는 거죠. 바느질도 쉼이에요. 음악도 바느질도 관통하는 어떤 태도가 있는 것 같아요. 남에게 해가 되지 않고 꾸밈없는 진정성으로 하고 싶거든요.(복태)
Q. 음악과 바느질이 그렇게 연결된다니 멋진 작업입니다.
A. 바느질이야말로 진정성과 정직함 그 자체죠. 내가 한 만큼 땀이 늘고 그렇게 완성되니까. 급하다고 땀을 건너뛸 수도 없어요. 정직하게 한 땀 한 땀 나갑니다. 그리고 이 바느질이 정말 쉬워요. 저희 노래도 되게 쉽거든요. '나도 이렇게 만들었는데 너도 할 수 있어', 이걸 계속 말하는 거죠.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을 각자 재미있게 하는 것. 환경도 마찬가지 아닐까요? 결코 어려운 일이 아니고,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데에서 시작하기. 그렇지 않나요?(한군)
Q. 앞으로의 계획이 너무너무 궁금합니다.
A: 2020년 이후로 치앙마이를 못 갔는데, 올 12월부터 내년 2월까지 치앙마이에 갈 계획이에요. 지금까지 수업으로 쌓인 네트워크가 있는데 그분들이 치앙마이에 가서 바느질을 하고 싶어 해요. 그래서 바느질 여행단을 꾸려볼 계획입니다. 스승님 만나서 치앙마이 정신도 다지고, 카렌족도 만나고요. 3~4일 앉아서 바느질만 하는 거죠. 현지의 햇살이나 바람, 공기와 분위기까지 함께 느끼면서 바느질하고 맛있는 현지식도 먹고요. 그리고 한군의 바느질을 좀 더 확장할 계획이에요. 곧 음반이 나오니까 올해는 음반에 집중하고, 내년부터 바느질 사업을 좀 더 키우고 싶은 마음이죠. 겨울에 치앙마이에 가서 좀 더 다지고 영상도 잘 찍고 해서 탄탄한 조직을 준비하고 싶어요.(복태+한군)
환경 이슈가 어렵고 무거운 건 사실이지만 접근 자체를 '내가 있는 자리에서 찾는다면 즐겁게 할 수 있는 것 아니겠냐’며 한군은 '옷을 버리지 말고 수선부터 해서 입자'고 말했다. 복태 역시, ‘옷을 짓는 행위를 취미로만 여기지 않았으면 좋겠다'라며, '취미를 늘리기 위해 바느질 기술을 배우는 게 아니라, 옷을 덜 사겠다는 마음과 실천, 이 세상을 살아가는 에티튜드로써 바느질을 배웠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음악과 바느질이 어떻게 연결되냐고? 음표 하나가 선율을 만들고 바느질 한 땀이 옷 한 벌을 만든다. 노래와 악기는 조화를 이뤄야 하고 바느질 역시 튀지 않게 옷감에 스며들어야 한다. 복태와 한군도 이 세상에 소리 내듯 스며들듯 조화롭다.
인터뷰, 글: 최윤희
죽음의 바느질 클럽 : https://www.instagram.com/da_jojin_d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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