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프로파티]봄날의 파티를 좋아하세요?

관리자
2022-05-09

 2022년 4월 23일 서울환경운동 연합 뜰에서 21%파티가 열렸다. 2월의 파티가 봄을 기다리는 파티였다면 4월의 파티는 이른 여름을 준비하듯 따가운 햇살 아래 옷들이 일광욕을 즐기는 파티였다. 서울환경연합의 뜰은 홍건익 가옥으로 통하는 산책로이기도 하다. 수령 400년의 회화나무 잎이 쑥쑥 커지는 기적 아래 파티 오픈 전부터 파티객들이 긴 줄을 서며 성황을 이루었다. 훨씬 능숙해진 서포터스 다시님들과 순조로운 파티의 문을 열었다. 날이 좋아 나들이객들이 지나다 파티를 구경하며 뜻밖의 파티객으로 변신하기도 했다. 그러다 보니 이번 파티는 다양한 세대가 모여 의류를 교환하며 서로의 취향을 나누었다.


 

 

손으로 함께 하는 즐거운 재창조 


이번 파티에서도 다양한 수선 예술가들이 활약이 컸다. 프리스타일 니터 제타 안님이 낡거나 구멍 난 옷을 뜨개 실로 패치워크 하여 낡은 옷과 신발이 멋지게 다시 태어나도록 도왔다. 리폼 의류 제작소 공방 부암동역팀이 사전 신청을 받아 재봉틀 수선 워크숍을 진행했다. 리페어라이프디자인의 황혁주 님도 키보드 수리로 수선 예술의 열기를 더했다. 디디의 옷 실험실에서는 서로 다른 옷들이 만나 하나의 옷으로 재탄생되는 작업을 이어갔다. 많은 파티 참가자들이 직접 재봉틀을 돌리고 한 코 한 코 뜨개바늘로 패치를 만들고, 솔로 키보드를 직접 청소하며 고쳐서 오래 다시 쓰는 문화를 함께 만들었다. 

제타 안님이 진행한 뜨개 수선& 커스텀 체험 워크숍


부암동역팀이 진행한 재봉틀 수선&업사이클링 워크숍과 리페어라이프디자인 황혁주님이 진행한 키보드 수리를 체험한 파티 참가자


디디의 옷실험실에서 워크숍을 진행한 디디님  


파티 이모저모

이번 파티에서는 환경을 생각하는 빈티지샵 마켓인유에서 남성복 30여 벌을 협찬하며 다시 입는 문화에 의미를 더했다. 21프로파티에서 교환된 옷임을 나타내는 인증라벨도 원하는 파티객에게 달아주는 행사도 함께 진행됐다. 보라색 라벨이 포인트가 되어 옷들이 더 멋지게 변신했다. 

21프로파티에서 교환된 옷임을 나타내는 인증라벨


패션 기업의 '재고와 반품을 폐기하는 행위를 전면 금지하는 법안’을 위한 서명운동도 함께 이루어졌다. 파티를 기다리면서 많은 파티 참가자들이 서명에 동참해 주었다.  한편 항상 옷걸이가 부족한 21%파티를 위해 파티 참가자들이 모아준 옷걸이들도 꽤 많이 모였다. 다양한 파티객들의 취향만큼 모인 옷걸이도 다양해 다시입다연구소는 당분간 옷걸이 걱정은 덜게 되었다. 이번 파티에서 태그 쓰는 곳이 정돈되지 못했다는 의견이 있어 연구원들은 다음번 파티에서는 더 쾌적한 파티장을 만드리라 반성과 다짐을 했다.

마켓인유에서 협찬해준 의류와 파티객들이 모아준 옷걸이들


4월 24일의 의미

이번 파티는 2013년 4월 24일 방글라데시 라나플라자 붕괴 사고의류노동자들이 사망한 날을 추모하며 춘천, 울산, 여수, 제주 등 전국에서 10개 팀이 참가해 함께 파티를 함께 열었다. 라나플라자 사고는 방글라데시 다카의 건물이 붕괴되며 의류 노동자 1,129명이 사망하고 2,500여 명이 부상을 입은 비극적 사고였다. 이 사고가 일어나기 전 1993년 5월 태국에서는 심슨가족의 바트 인형을 만드는 공장에서 화재가 발생해 188명의 노동자가 사망했다. 그리고 더 거슬러 올라가 1988년 3월 25일 안양시 비산동 그린힐 섬유봉제공장 숙소에서는 화재22 명이 숨졌다. 더 거슬러 올라가면 1911년 3월 25일 미국 뉴욕 트라이앵글 의류공장에서도 146명이 사망했고, 71명이 부상을 입었다. 

2013년 라나플라자 사고 당시 의류공장 노동자들의 시간당 임금은 24센트, 우리 돈으로 약 266원이었다. <일하는 모든 사람은 자신과 가족의 인간 존엄성을 보장하는 정당하고 유리한 보수를 받을 권리가 있다.> 세계 인권 선언 제23조이다.  이것은 옷에 대한 이야기라기보다 산업 구조에 대한 문제다. 노동집약적 섬유의류산업은 필연적으로 저임금 노동자들이 열악하고 위험한 환경에서 일할 수밖에 없는 구조를 만든다. 장소와 시간만 바뀌며 계속 같은 일이 일어났고 또 일어날 것이다. 

세계 인권 선언 제29조에는 이런 말도 있다. <모든 사람은 자신이 속한 공동체에 대하여 의무를 진다. 어떤 사람이든 그러한 공동체를 통해서만 자신의 인격을 자유롭고 온전하게 발전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산업 구조라는 짜인 톱니바퀴 안에서 제조 노동자와 소비자의 역할은 언제나 전복될 수 있다. 우리는 존엄성을 보장받으며 일할 권리가 있으며 또한 올바른 소비로 공동체를 유지하는 의무도 있다. 

나에게 수명이 다한 옷들을 다른 사람과 바꾸어 다시 입는 일, 해진 신발 입구를 뜨개 실로 잇는 일, 찢어진 옷을 꿰매어 다시 입는 일, 옷이 천수를 누릴 수 있도록 잘 관리하는 일, 작고 하찮은 행동이지만 점점 좁아지는 지구촌이라는 톱니바퀴 안에서 우리는 소비하지 않거나 소비하는 방법을 선택함으로써 많은 것들을 바꿀 수 있지 않을까?


소비자로서 우리는 구매하는 것에 주의하는 것만으로도

세상을 바꿀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습니다.

- 엠마 왓슨




추신. 이날 파티에서는 161명의 참가자들이 757벌의 옷을 가지고 모였고 이중 567벌이 새로운 주인을 만났다. 교환되지 못한 190여 벌의 옷은 발달장애인들의 자립을 돕는 숲스토리에 기부되었다. 교환된 옷 757벌은 4,365kg의 탄소 배출량을 줄인 셈이다. 파티 날 강한 햇볕으로 인해 연구원 3호는 목덜미에 경미한 일광화상을 입었고 눈가 기미가 약 5% 증가했다. 

글 : 다시입다연구소 연구원 3호


참고자료

심슨 인형공장이 불타던 날 4.28 산재 노동자 추모의 날 오늘보다 2016.05. 제16호 이진우 

좁은복도 3層(층)까지 원단더미 1시간불에 끔찍한 人命被害(인명피해) 경향신문 | 1988.03.25 기사(뉴스)

누구나 세계사 | 레베카 퍼거슨 | 작은책방·해든아침

앰네스티 자료실 세계인권선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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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난히 돌발 상황 많고 준비과정이 험난했던 21%파티가 무사히 끝이 났다.

미세먼지와 돌풍을 동반한 악천후에 우리는 모였다. 우리는 제로 웨이스트를 실천하기 위해 모였다. 우리는 죄책감을 덜기 위해 모였고 사명감으로 모였고 재미있어서 모였다. 


 더 자주 일어나는 산불과 홍수가, 처음 겪어보는 전염병이, 어떤 이는 인간으로 인한 기후 위기 때문이라고 하고 또 어떤 이는 지구온난화는 모두 거짓말이라고 한다. 우리는 모두 연결되어 있지만 너무 복잡하고 느슨하게 연결되어 있기에 오늘 나의 행동이 나비의 날갯짓 정도인지 터닝포인트의 한 발인지 알지 못한다. 


 우리는 지금 할 수 있는 최선의 행동을 하기 위해 창궐하는 역병을 뚫고 모였다.


  21%는 옷장 속 안 입는 옷의 비율이다. 제대로 입혀지지 않고 세상 밖으로 나오지 못할  옷장 속 1/5을 채우기 위해 물을 쓰고 유전자 변형 목화를 기르고(세계 살충제 사용량의 25%), 강물을 오염시키며(농업에 이어 두 번째로 큰 수질 오염원), 빈국의 노동력을 착취하고(방글라데시 2020년 최저임금 : 월 / 8100 BDT(한화 11만 6,802원)) 15년 전보다 60%의 옷을 더 소비하는 것은 누구도 원치 않는 부조리이다. 그 간극을 줄이기 위해 우리는 모일 것이다. 그 간극인 21%가 11%, 나아가 0%가 될 때까지 우리는 모일 것이다.


그래서 21%파티가 없어지는 그날까지, 쿵작 쿵작 흥겨운 파티 피플들이여! 다음 파티에서도 각자의 이유로 즐겁게 다시 만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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